셀린박 디자이너, 버려진 사물에 예술을 입히다
저장강박증·명품구매욕 등 연구, 비판적 관점 제시
“인간은 특정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사람에게서 받지 못한 안정감을 보상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의 불안정한 감정과 사고가 사물 소유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특성이 어떻게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는지를 고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적 구조와 인간 관계를 길거리에 버려진 사물에 반영하는 시리즈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의 샛별로 주목받은 셀린박 디자이너가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서울 올림픽로 300) 5층, 291갤러리에서 ‘버려진 사물들’(The Abandoned Objects) 제목의 전시회를 이달 말일까지 열고 있다.
작가는 수년간 ‘사물 기호증자’(Object Sexuality, 사물을 사랑하고 결혼하는 사람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사물에 대한 그들의 주장이 사회적이슈를 다방면으로 비추는 성격을 지닌다’고 여겨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사물을 구매함으로써 인간에게 인정받지 못한 감정을 보상받는다고 느끼는 심리, Material Self(자신이 소유한 오브제·물건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는 현상, 예를 들어 명품을 구매하고 자신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믿는 현상), Hoarding disorder(저장강박증) 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진 작품들을 중점 소개하고 있다. 상당수가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간의 관계는 더욱 멀어지고, 사물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될 미래의 인간 세계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은 미래를 확실한, 그럴듯한, 가능한, 선호하는(probable, plausible, possible, preferable future) 등 4가지로 나누어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예술 분야다.
작가는 “이번 ‘The Abandoned Objects’ 시리즈에서는 한 때 선택되어졌으나 버려지는 사물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연구했다”면서 “사물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늘어남과 사회적 분란 속에 사물기호증자의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에리카 에펠(Erika Eiffel)은 에펠탑과 결혼한 지 10년 후 이혼하고, 한 박물관의 작두대와 재혼했는데, 그의 사례는 사물기호증자에게 ‘사물이 단순한 욕구의 대상이 아닌 당사자의 복합적 정신세계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이에 기반하여 작가는 사물이 그 자신의 의지나 견해와는 무관하게 버려진 모습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다양한 종류의 관계를 비추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사진전에서 작가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사물 소유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며,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는 개인을 유기된 사물에 투영한 시리즈 작업물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품은 모두 구매 가능하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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