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을 가리잖아”…다 지은 아파트 부수기로 결정한 日 건설사

김자아 기자 2024. 6. 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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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건설사가 입주를 앞둔 '후지산뷰' 아파트를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후지산뷰' 아파트 건설 전후 '후지미 거리' 경관으로, 아파트 건물이 들어선 뒤 후지산 경관이 가려진 모습./TBS 보도화면

일본의 한 건설사가 아파트 완공을 앞두고 새 아파트가 후지산 경관을 가린다는 주민 항의에 부딪히자 철거를 결정했다.

18일 일본 분춘온라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건설사 세키스이하우스는 지난 4일 일본 도쿄도 쿠니타치시에 건설 중인 10층짜리 신축 아파트 ‘그랜드 메종 구니타치 후지미 도오리’에 대한 사업 폐지를 내고 철거를 결정했다.

후지산에서 직선거리로 약 75㎞ 떨어져 있는 이 아파트는 맑은 날 후지산을 바라볼 수 있는 ‘후지미 거리’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아파트 통창으로 후지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다.

다만 계획 단계부터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아파트 건물이 후지산 경관을 해친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2022년 3, 4월 대화에 나선 주민들은 아파트 규모를 기존계획의 절반 정도로 줄일 것을 요구했으나 건설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다만 건설사는 건물 높이를 최초 11층 36m에서 10층 33.12m로 한차례, 이후 10층 30.95m로 계획을 변경해 착공에 들어갔고 총 18세대가 오는 7월 입주를 앞둔 상태였다.

그러나 세키스이하우스는 결국 “경관에 큰 영향을 미쳐 경관을 우선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철거 이유를 밝혔다. 건축법상 어긋나진 않지만 지역 사회의 뜻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건설사는 수백억원 가량의 경제적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세키스이하우스는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현금 보상을 논의중이다. 이 아파트는 한 채에 평균 8000만엔(약 7억원)에 분양됐다. 입주 예정자에게 돌려줄 분양가만 해도 14억4000만엔(약 125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법이 정한 위약금 10%와 손해배상 비용 등까지 더해질 것이라는 게 현지 매체의 예상이다.

이 밖에 건설사는 이미 들어간 약 7억엔(약 61억원)의 건설비를 손해보게 되며, 추후 건물 해체비용에도 약 7500만엔(약 7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법으로 제대로 규제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 반면 “명문화된 법에만 따를 것이 아니라 경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역별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건설사가 주민들의 압박과 협박에 못 이겨 부득이하게 철거를 결정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 측은 재검토 타이밍이 매우 늦었지만 후지산 전망은 지역의 자산이며 건설사로서 오명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 아파트의 철거 계획이 전해지자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앞서 인천 검단신도시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김포 장릉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아파트가 지어져 논란을 빚었다. 당시 문화재청은 건설사가 문화재 반경 500m 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짓는 20m 이상 건축물은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건설사들을 고발했으나, 건설사들은 공사와 입주를 강행했다. 결국 법원은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 김포 장릉에서 바라본 '왕릉뷰 아파트'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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