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종부세·상속세·금투세… 정치권 세제개편 논의 속내 뭔가?

황해동 기자 2024. 6. 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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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벽두부터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등 세제개편을 둘러싼 찬반양론이 뜨겁다.

지난 16일에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 방송에 출연해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고, 상속세율을 30%로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투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생산적으로 전환하고, 해외 주식투자를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서도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혀 개편 논의에 불을 불였다.

구체적인 세율 인하 폭을 정부 고위 인사가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 달 발표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종부세와 상속세 완화, 금투세 폐지가 포함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는 지난 12일 관계 부처와 함께 '종부세 합리적 개편'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고려한 다주택자 중과세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20일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 개편' 주제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실의 세제개편 시사는 과정상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입법 사안인 만큼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사전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당정 간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위원들과도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다.

여야가 중산층 부담 완화라는 총론에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세부적 공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발표는 국회에서의 공방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말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언론 보도대로 여야가 총론에 공감을 보인다 해도, 각론과 전제를 두고는 이견을 보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와 여당이 일단 던져 놓고 이른바 '간'을 보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곁들여진 심산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상목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부자 감세' 논란 세제개편 찬반 핵심

세금은 경제 상황과 직결되는 문제지만, 정서적 체감도 역시 매우 높다.

참여연대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 2일 발표한 '22대 국회에 바라는 조세·재정정책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1주택 종부세 폐지'에 반대했으며, 54%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부자 감세'라고 판단했다.

'부자 감세' 논란은 세제개편 찬반양론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강한 종부세는 윤석열 정부 들어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세율을 낮추고, 기본공제는 인상하는 감세 조치를 추진하면서 과세대상과 납세금액이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2022년 120만 명이었던 종부세 과세대상은 지난해 3분의 1로 줄었다. 과세대상을 대폭 줄여 최상위급 부자들만 종부세를 내도록 한 것은 '부자 감세'와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국세청 국세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종부세 납부액의 80%가량이 2주택 이상 보유자들 몫이었다. 돌려 말하면 '중산층 세금 부담 완화', '이중 과세', '징벌 과세'라는 종부세 폐지 이유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부자 감세'에 가깝다는 분석이 여론의 지지를 얻는 분위기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연합뉴스

△세수확충 방안 없는 정략적 '던지기' 아닌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막대한 세수펑크 상황에서 세제개편 논의가 과연 적절한가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로 지난해 종부세액은 전년 3조 원에서 약 1조 500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전체적으로 약 56조 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 들어 4월까지만 해도 8조 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세수 감소로 경제 회복과 복지 등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윤 대통령은 올 총선 직전까지 전국을 돌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수천억에서 많게는 수조, 수십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 정책·개발 공약을 남발하기도 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띄운 세제개편 논의가 '부자 감세' 2탄의 성격인지, 또 국가의 재정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한 결정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1주택자 종부세 폐지' 거론 이후 신중 모드로 전환한 민주당은 일단 '세수 확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세수 펑크 상황에서 세수 확충안이 우선되지 않은 감세론은 정략적 의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책의 실용성과 당 정체성을 넘나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전언이다. 전통적 지지층의 눈치를 볼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유동 지지층을 잡는 선택을 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판이다.

연합뉴스

△금투세 폐지 여부도 관심… 생산적 논의 이뤄져야

금투세 폐지 여부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사안이다.

금투세란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얻은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손익을 통산해 연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과세하고 그 외 채권, 채권형 펀드, 파생상품 등은 연 250만 원을 넘는 금액에 과세한다. 세율은 3억 원가지 20%, 3억 이상은 25%다. 현행 세법에서는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 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주주의 경우에만 양도 차익에 20%를 과세했다.

금투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으나, 국내 투자자들의 반발로 도입이 2년 유예됐다. 윤석열 정부는 소액주주 과세 부담을 이유로 출범 이후 줄곧 금투세 폐지를 외쳐 왔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 대상이 1만 5000명에서 15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반면 민주당은 과세 대상이 투자자의 1%에 불과한 만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투세 폐지 역시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식 투자로 연간 5000만 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 매우 극소수라는 게 이유다.

정치권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세제개편 논의가 '아니면 말고'식의 기회주의적 접근인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한 생산적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제대로 된 판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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