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진 통보받은 환자는 ‘선생님’께 항의 한 번 못 한다

권태호 기자 2024. 6. 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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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8일 뉴스뷰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6.18) 1면 뉴스는 △서울대병원 휴진 첫날(6곳) △푸틴 24년만에 오늘 방북(5곳) △최태원 이혼소송 재판부, 판결문 일부 수정(4곳) 등입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서울대병원 휴진 첫날

② 시선, 클릭!
- 유통업계 활약중인 AI
- 기후동행카드, 경기패스 진화중
- 광화문 의정부 터 개방
- 더우면 KB국민은행 가세요
- 고2 수학 기초학력 미달 6년만 최고치

③ Now and Then : 이층에서 본 거리(다섯손가락, 1987)

① 차이의 발견

# 서울대병원 휴진 첫날

1. 서울대 무기한 휴진 상황

- 서울대병원 본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입니다. 외래진료는 미뤄지고, 응급실·중환자실 등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 1주일 전에 비해 외래는 27%, 수술은 23% 줄었습니다. 암환자들의 검사·항암 일정도 밀렸습니다.

- 그러나 응급·중증환자 진료는 유지해 심각한 수준의 차질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 휴진기간을 놓고 ‘1주일’이라고 했다가, ‘무기한’이라고 하는 등 내부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2. 서울대병원 비대위 요구

-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어제(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휴진 철회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의대 정원 재논의 등을 요구했습니다.

3. 의사협회 대국민 호소문(17일)

-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엄청난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리기로 했다. 의사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정부 폭정을 막을 방법은 단체행동 밖에 없음을 국민들도 이해해 달라. 의료 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응원해 달라”

- 일반국민들 중 이 호소문에 고개를 끄덕일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4. 빅5 병원들도 ‘휴진’

- 세브란스병원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 울산대 의대(아산병원), 7월4일부터 1주일 휴진하기로 결정
- 가톨릭대 의대(서울성모병원), 성균관대 의대(삼성서울병원)는 ‘내부 논의중’

5. 개원의들 휴진 가능할까?

- 의협이 오늘 서울 여의도에서 오후 2시부터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엽니다. 이를 위해 개원의들에 대한 휴진을 요구했습니다.

- 지금까지 꽤 오랜 기간 의료파행이 일어났으나, 비교적 건강한 시민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동네 병의원들의 진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네 병의원들이 휴진에 들어간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 의협은 집단휴진 투표결과 찬성률이 73.5%라고 하지만, 실제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 2020년 집단 휴진 당시 1차(8월14일) 휴진율은 32.6%였는데, 2차 때는 6.5%(8월26~28일)까지 떨어진 바 있습니다.

6. 환자·의사단체 비판

-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가 환자의 불안과 피해라면 그 어떤 이유도 정당화될 수 없다”(한국환자단체연합회)

- “누군가 대신 할 수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 자행하는 집단휴진은 환자들에게 사망 선언을 하는 것”(한국노총 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 “의대 교수들의 진료 중단은 벼랑 끝에 놓인 환자들의 등을 떠미는 행위”(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7. 정부 압박

- 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조사(집단휴진 부당하게 강요했는지 여부)

- 보건복지부, 의협 회장 등 집행부에 집단행동 금지 명령

8. 리베이트 의사 수사

- 이런 와중에 서울경찰청이고려제약의 리베이트 제공 의혹 수사와 관련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어제(월) 밝혔습니다. 그리고 다른 제약회사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 제약회사가 의사들을 상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되는 건 이전에도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긴 했습니다. 경찰은 “많게는 수천만원, 적게는 수백만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 고려제약 수사는 지난 4월부터 진행해 왔고, 또 범법 행위에 대해선 수사하고 법에 의해 처벌받는 게 당연하겠습니다만, ‘집단휴진’하는 의사들이 아무리 밉더라도,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경찰은 당연히 ‘그런 게 아니다’라고 합니다만, 집단휴진 첫날 브리핑에서 이런 형태로 밝히는 건 협박처럼 비춰지기도 합니다. 오히려 자극을 해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9. 언제까지 이 상황 겪어야 하나?

- 윤석열 정부의 갑작스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 방식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이 늘 그렇듯, 미리 사전조율을 하거나, 설득 과정을 생략한 채, 불쑥 ‘인기몰이 깜짝쇼’하듯 발표했습니다. 사태를 이 상황으로까지 이끈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합니다.

-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의사단체들이 보여온 막무가내식 언행들은 국민들의 실망을 넘어 ‘우리가 ‘선생님’이라며 의지했던 의사들의 인식 수준이 저 정도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돈 때문이 아니다. 국민들을 위해서다’라는 말도 공허하게 들립니다. 홍승봉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 위원장은 의료전문지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동료 의사들에게 “10년 후에 증가할 1%의 의사 수 때문에 지금 환자들이 죽게 내버려 두어도 된다는 말인가.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 검사도 그렇고, 의사도 그렇고, 우리 사회 엘리트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지금 일반국민들은 검사·의사들만큼 똑똑한 수준을 넘어, 폐쇄된 조직사회에서 단순한 경험만 축적한 검사·의사들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할 뿐 아니라, 수많은 정보를 통해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능력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어설픈 엘리트 의식, 선민의식, 19살 때 전교 1등했다는 유아기적 우쭐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집단 자체가 점점 도태될 것입니다.

- 아직까진 일반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지 않아 국민들이 다소 무관심한 듯 보입니다만, 만일 의사단체들이 ‘휴진 확대’ 등 수위를 높여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경우, 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역 맘카페 등에서는 휴진하는 병의원들 리스트를 공유하며, “영원히 문 닫게 하자”며 불매운동으로 맞설 분위기를 보이는데, 이는 저항 차원이라기보단 “언제라도 곤란한 상황을 안 겪으려면 이참에 병원을 옮겨야겠다”는 실용적 판단이기도 합니다.

10. 언론보도(사설)

- 이 사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언론들이 ‘정부’보다 ‘의사’들에 대한 비판에 더 치중한 경향이 강해, 언론들의 논조가 비슷했습니다.

한겨레 = 다시 강대강 대치, 의료공백 더 악화시킨 의대 교수들

한국 = 휴진 의원 불매 움직임까지, 의사들느끼는 게 없나

중앙 = 의대 증원 반대가 환자 생명보다 중요한가

## 이재명 대표 ‘대북송금’ 관련

-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기소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금)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진실 보도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으냐. 여러분들은 왜 보호받아야 합니까”라고 말했습니다.

- 이후 일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또 관련 발언을 했습니다.

- “보통명사가 된 ‘기레기’라고 하시지, 왜 그렇게 격조 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는지 모를 일이다. 언론사 소속 ‘법조기자’라고 사칭하는 기자연체 하는 ‘기레기’를 향해 ‘검찰의 애완견’ 운운한 건, 애완견 ‘꿈’이를 키우는 꾸미의 아빠로서 자존심이 상한다. 검찰 출입 쓰레기들은 기레기도 아니고 애완견이라고 높여줘도, 똥오줌 못 가리고 그냥 발작증세를 일으킨다”(15일 양문석 의원, 전 언론노조 정책위원)

- “권력이 주문하는대로 받아쓰고 권력에 유리하게 프레임 만들어주는 언론을 학계에서도, 언론에서도 애완견(랩독 Lapdog)이라 부른다. 애완견은 감시견(워치독 Watchdog) 반대편 언론일 뿐 애완견이라 했다고 언론 비하, 망언 따위 반응이 나올 일이 아니다. (이화영 진술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수원구치소가 자료 제출도 거부하며 진상규명을 방해하는데도 대다수 언론은 검찰 주장 받아쓰기에 분주했다. 이런 언론 행태를 애완견이라 부르지 감시견이라 해줄까”(16일 노종면 의원, 전 언론노조 YTN지부장)

- ‘애완견’ 논란이 ‘대북송금 검찰 수사’와 관련된 본질적 논의를 오히려 덮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몇몇 언론들이 사설로 비판했습니다. 오늘(18일)도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관련 사설을 썼는데, 톤이 다릅니다.

② 시선, 클릭!

# 유통업계 활약중인 AI

## 기후동행카드, 경기패스 진화중

### 광화문 의정부 터 개방

#### 더우면 KB국민은행 가세요

##### 고2 수학 기초학력 미달 6년만 최고치

③ Now and Then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닐 때, 제 또래는 다 대학생인 것처럼 느꼈습니다. 사회부 수습기자 때인 1994년 지방선거 취재차 서울 노원구의 한 선거캠프에서 일하고 있던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인사와 밤늦게 포장마차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학 시절 얘기가 나오고, 누구누구 이름이 나오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비슷한 또래인 노동자 출신 당직자가 “대학 나온 사람들은 다 몇 학번이냐고 하더라고. 나는 학번으로 얘기하면 감이 잘 안 잡혀”라고 무심하게 말했습니다. 그냥 스치는 말이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말이 잘 안 잊힙니다. 1988년 대학진학율은 36.4%였습니다. 이 대학진학율이라는 것도 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같은 연령대의 대학진학율은 더 낮을 겁니다. X세대를 포함한 지금의 50대들 중에도 대학 졸업자는 절반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내 이름은 김삼순’(2005)이라는 드라마가 큰 히트를 쳤을 때, 사람들이 “나처럼 평범한 여자들 이야기”, “못 생기고 뚱뚱한 여자도 러브스토리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때, 제 눈과 귀를 의심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김삼순역은 탤런트 김선아가 맡았습니다. 극을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다고는 하나, 도저히 ‘평범한 외모’가 될 수 없는 사람인데, 그를 보고 “나처럼 평범하다”니, 제 정신인가 했습니다. 한국사회가 언제 이렇게 업그레이드 된건가라는 낯선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평범’의 기준이 너무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진짜 평범한 사람’은 더욱 기를 못 펴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종부세·상속세 인하 추진에서 ‘중산층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게 이유로 제시됩니다. ‘중산층’의 기준이 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서울 아파트의 절반 가량이 10억원을 넘으니, 대부분 상속세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상속세는 대개 1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물립니다. 또 종부세는 윤석열 정부 들어 거듭된 감세 정책으로, 2023년 주택분 종부세 납세대상은 40만8천명으로, 전년 119만 5천명 대비 65% 줄었습니다. 결정세액도 3조3천억 원에서 9천억 원으로 71% 감소했습니다. 이젠 아예 ‘폐지’를 이야기합니다.

세제는 경제·사회 구조에 맞춰 계속 개편해 나가야 하고, 또 현재 상속세와 종부세 가운데 일부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적절히 조절해 나가는 건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금이 과하다’는 아우성은 너무 크게 자주 들리고, ‘그 세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너무 가늘어 잘 들리지도 않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이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될 터인데, 정부도 정당도 ‘큰 목소리’만 쫓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영상은 다섯손가락의 ‘이층에서 본 거리’(1987)입니다. 당시 대학생으로 록그룹 ‘다섯손가락’의 멤버로도 활동중이던 리더 이두헌이 어머니가 운영하던 커피숍의 2층 창가에서 곡 작업을 하던 중,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커피숍으로 들어왔습니다. 구두닦이로 손님들의 구두를 가져다주러 온 그 친구는 이두헌이 아는 체를 했지만, 눈길을 피하고 떠났습니다. 그날의 느낌을 적은 곡입니다. “수녀가 지나가는 그 길가에서/ 어릴 적 내 친구는 외면을 하고/ 길거리 약국에서 담배를 팔 듯/ 세상은 평화롭게 갈 길을 가고/ …./ 이층에서 본 거리 평온한 거리였어/ 이층에서 본 거리 안개만 자욱했어”

우린 지금 몇 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을까요?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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