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 집 안과 집 밖에서 너무 다른 우리 아이
Q. 안녕하세요. 저는 7살 서준이(가명)를 키우는 30대 워킹맘입니다. 저희 아들은 남자 아이치고 말이 빨랐고 한글이나 수학도 또래랑 비교해서 잘하는 편입니다. 유치원에서는 선생님 말을 아주 잘 듣고 친구들과도 양호하게 지내는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밖에서는 이런 모범생같은 아이가 집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잘 내고, 특히 공부하다가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울거나 징징거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다반사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 틀려도 괜찮아"라고 재차 말을 해주는데도 아이는 쉽게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문제를 못푼다고 야단을 치거나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준 적이 없는데도 자꾸 이러니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어머니. 서준이가 유치원에서는 잘 지내는 것 같지만 가정에서는 잘 지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가 학습할 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써 당연히 걱정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입니다. 서준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노력해 보지만 진정되지 않는 아이를 보면 답답한 마음도 클 것입니다.
우선, 서준이가 유치원과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잘 적응하고 또래관계가 원만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며, 서준이는 기본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머니의 질문에서 '선생님 말을 아주 잘 듣는다'는 부분에 대해 대해서는 고려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서준이의 연령은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주위 환경을 주도적으로 탐색하며, 하고 싶은 것과 하면 안되는 것 사이의 균형감각을 익혀가는 시기입니다. 즉, 이 시기의 아동들은 내면의 충동과 욕구가 이끄는 대로 행동해 다양한 문제행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어른의 훈육을 통해 사회문화적 윤리규범을 배우며 자신의 욕구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순한 기질의 아동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발달시기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든 환경에 순응하기보다 자기 스스로 해보고자 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어른의 말을 때때로 듣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선생님 말을 잘 듣는 아이' 알고보면 원하는 것 숨기고 애쓰는 중일 수 있어요"
따라서 서준이가 가정에서와의 다르게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말을 아주 잘 듣는다'는 것은 발달연령상 다소 부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준이는 학습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으로 보이고, 좌절감을 느낄 때 어머니의 위로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서준이는 욕구 수준이 크고 다소 예민한 아동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질의 아동들은 보통의 아이들보다 주변환경에 대한 호기심이나 몰두하는 수준이 더 강한 편으로, 서준이는 유치원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을 상당히 억누르고 선생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대단히 애쓰고 있다라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서준이가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자신의 충동과 욕구를 통제하기 위해 상당한 긴장과 갈등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따라서 유치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가정에서는 쉽게 짜증을 내며 부정적 정서를 자주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특히, 학습시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다시 긴장감이 증가하면서 소화되지 않은 감정이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집에서는 긴장 푸는 활동을 해주세요. 클레임, 슬라임 등의 촉감놀이가 좋아요"
가정에서 어머니가 하셔야 할 것은 서준이가 최대한 이완하는 경험들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서준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한동안은 학습 활동은 삼가하고 좋아하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긴장감이 높은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활동으로는 클레이나 슬라임, 비즈워터를 활용한 촉감놀이를 권유드립니다. 이러한 놀이들은 주변을 어질러트리는 활동이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미리 바닥에 시트를 깔아주어 아이에게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다음으로, 가정에서의 학습시간은 최소한으로 하고 학습의 난이도는 아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춰 주세요. 서준이가 인지능력이 또래보다 빠른 편이라서 어머니는 선행학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시겠지만, 현재 아이에게 더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배우는 것보다는 이완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서준이가 부정적 감정을 보일 때는 '괜찮아'라고 하기보다는, 서준이가 느끼는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문제가 어려워서 징징대거나 우는 등 감정이 격해질 때는 서준이의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중에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서준아~ 아까 문제를 풀다가 울었는데, 그때 어떤 기분이었어?" 라고요. 이렇게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서준이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어떻게 적절하게 표현하는지 배울 수 있게 되고, 어머니는 서준이가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답니다.
아이가 어떤 문제 행동을 할 때는 거의 대부분 이유나 목적이 있으며 어머니는 그것을 알아차림으로써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징징될 때 "오늘유치원에서 너무 힘들었어요. 제 마음을 알아주세요"라거나 "저는 지금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휴식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숨은 욕구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유드리며,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할 때 반드시 어머니에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김혜경은 숙명여자대학교 놀이치료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놀이심리상담사 2급(한국놀이치료학회), 청소년상담사 2급(여성가족부), 임상심리사 2급(한국산업인력공단)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놀이치료실 놀이치료사로 일했다. 현재 마인드카페 아동심리상담센터 강서점에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로보고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아동심리상담, 놀이치료, 부모양육태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마인드카페는 2016년 익명 정신건강 커뮤니티로 출발해 현재 2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 종합 정신건강 플랫폼이다.
■ 엄마, 아빠를 위한 전문가 칼럼: tip.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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