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약진’ 유럽의회, 집행위 추진 ‘친이민·환경법’ 거부권 가능[10문10답]

이현욱 기자 2024. 6. 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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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정치지형 급변한 유럽의회
EU 27개국 720명, 5년간 임기
국가별 최대 96석·최소 6석 할당
EU 집행위원장 선출 승인 권한
법안발의 못하지만 ‘거부·수정’
7개국 이상 23명 모여 ‘정치그룹’
양대극우 ECR 7석·ID 9석 늘려
우향우 기조 속 내달 16일 개원
지난 4월 25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본부에서 9대 유럽의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6∼9일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하면서 유럽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극우정당의 상승세를 꺾기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역시 집권당이 극우정당에 참패한 독일에서도 국민 절반 이상이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우경화한 유럽의회의 의미와 이에 따른 향후 5년간 유럽연합(EU)의 정책적 변화 등을 10문 10답을 통해 살펴본다.

1. 유럽의회 설립 배경은

유럽 국가들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럽의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고안된 유럽의회는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의 총회 형식으로 처음 설치됐으며, 1958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총회 그리고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총회와 통합됐다. 이후 1962년 유럽의회로 개칭됐다. 원래 유럽의회는 각 회원국의 국회의원이 파견되는 방식을 취했지만, 1979년 최초로 보통선거를 통해 유럽의회 의원을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으며 1999년 15개 회원국에서 동일한 비례대표제 선거방식을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창설 초기 EU의 주요 기구 중 가장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평가받았지만, 직접선거 제도 도입 및 수차례 걸친 조약 개정을 통해 감독·통제기능, 입법, 예산안 작성 등 분야에서 영향력을 늘려나갔다.

2. 유럽의회의 구성은

유럽의회는 EU 27개 회원국에서 선출된 720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임기는 5년이다. 2007년에 체결된 리스본조약(EU 개정 조약)에 따라 의석수는 751석으로 제한됐으나,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705석으로 줄었고 이번 10대 유럽의회 선거에서 720석으로 다시 늘어났다. 유럽의회는 일반 국가 의회처럼 법률안의 심층적인 심사를 위한 기관인 상임위원회 22개를 두고 있으며, 청문회와 임명 동의 투표 등을 거쳐 의장 1명, 부의장 14명, 재무관 6명을 선출한다. 또 원내에 진출한 각국 정당과 의원들은 하나의 교섭단체처럼 기능하는 정치그룹을 구성할 수 있다. 정치그룹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최소 4분의 1 이상 회원국 출신 23명의 의원이 있어야 한다.

3. 유럽의회 선거 방식은

국가별 유권자가 자국 정당에 대한 비례대표 투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 방식에서 나라별로 다르다. 크게는 유권자가 선호 정당만을 선택할 수 있는 폐쇄형과 선호 후보자를 직접 선택해 명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개방형으로 나뉜다. 유권자가 1명 이상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선호투표제나 출마한 후보 전원에게 선호 순위를 매기는 단기이양식 투표제를 시행 중인 나라도 있다. 각국 정당들은 후보자 명부를 공개해야 하며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된 뒤 명부 순위에 따라 최종 당선자가 확정된다. 투표 가능 연령도 각국 선거법에 따라 규정할 수 있다. 대부분 회원국이 18세 이상을 채택하고 있으나 그리스는 17세, 벨기에·독일·몰타·오스트리아는 16세부터 투표가 가능하다. 벨기에, 불가리아, 룩셈부르크, 그리스 등 4개국에서는 의무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 본부 건물. AP 연합뉴스

4. 국가별 의석수는

전체 의석수 720석은 기본적으로 국가별 인구수에 비례해 할당된다. 다만 최대 96석·최소 6석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한 국가를 과다하게 대표하는 상황을 막는 한편 소국이라도 국가를 대표하는 최소한의 의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선거에서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독일(8325만 명)은 96석을, 6488만 명 인구를 가진 프랑스는 81석을 할당받았다. 인구가 가장 적은 몰타(53만 명)와 키프로스(126만 명), 룩셈부르크(66만 명)는 6석을 할당받았다. 영국도 EU를 탈퇴하기 전인 2019년 선거에서 73석을 배분받은 바 있다.

5. 유럽의회 권한과 기능은

유럽의회는 EU의 입법부로 크게 △입법권 △EU 기관 감독 및 통제권 △예산안 심의권 등 3가지 권한을 갖고 있다. 또 EU 집행위원장 선출에 대한 승인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유럽의회의 입법권은 개별국가의 의회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법안을 발의하는 권한이 없고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을 거부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EU 기관 감독 및 통제권의 경우, EU 집행위원 임명을 승인하고 EU 집행위와 유럽이사회를 상대로 EU 정책과 운영에 대해 질의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EU 대외관계청(EEAS) 등의 업무도 감독한다. 이들 기관은 유럽의회에 보고의무를 가지며 질의에 응답해야 한다. 유럽의회의 힘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부문은 예산안 심의권이다. 유럽의회는 EU 집행위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이사회에 대해 예산안 수정을 제안하는 한편 예산안 전체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다.

6. 집행위원장 선출방식은

유럽의회는 EU 행정부 수반 격인 EU 집행위원장 선출권을 갖고 있다. EU 회원국 정상들로 구성된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먼저이긴 하지만, 최종 선출은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거쳐야 확정될 수 있다. 지난 2014년부터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정치그룹의 대표 후보 격인 ‘슈피첸칸디다트(선도후보)’를 EU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로 고려하도록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이번 선거에서 유럽국민당(EPP)이 안정적으로 제1당을 지킴에 따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임 가도엔 일단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연임 성공 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사상 첫 연임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정상들은 이달 17일 논의를 시작으로 27∼28일 정례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확정하게 되며 후보자는 이후 유럽의회 인준 투표에서 과반 찬성표를 받으면 선출이 확정된다.

7. 정치그룹(교섭단체)이란

유럽의회는 각국 정당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선출되다 보니 국적이 아닌 정치·이념 성향으로 뭉친 정당 간 연합체인 ‘정치그룹’이 교섭단체 역할을 한다. 정치그룹을 만들려면 전체 27개국의 4분의 1 이상(7개국) 회원국 출신 의원 23명이 모여야 한다. 현 유럽의회에는 총 7개의 정치그룹이 있으며 일부 의원은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720석 중 중도우파 EPP가 190석으로 1당을 유지했다. 2당은 136석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며, 3당은 80석인 자유당그룹 유럽(RE)이다. 뒤이어 양대 극우 정치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과 정체성과민주주의(ID)가 각각 76석과 58석을 차지했다.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은 52석을, 레프트(The Left)는 39석을 확보했다.

8. 2024년 선거 결과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극우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양대 극우 ECR과 ID가 현재 의석수보다 각각 7석과 9석을 늘리며 몸집을 불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국 정치권에서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중도 성향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극우 국민연합(RN)에 1위 자리를 내주자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속한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도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밀려 3위를 기록하면서 조기 총선 압박을 받고 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우파 돌풍에 소속 정당이 선거에서 참패하자 사퇴했다. 반면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형제(FdI)는 유럽의회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이에 새 유럽의회가 다음 달 16일 개원하면 EU의 정책 전반에 걸친 우향우 기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이민정책이 강화되고, 친환경정책은 약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9. 2019년 선거는 어땠나

직전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선 40년간 EU 정치에서 주도권을 행사해온 EPP와 S&D의 과점체제가 붕괴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EPP와 S&D는 2014년 선거 때보다 69석이 감소한 33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두 그룹이 의석을 대거 잃고,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부상하면서 ‘중도 좌·우 합작’에 의한 유럽의회 과반 점유가 무너진 것이다. 당시 극우 세력 부상은 유럽 경제위기와 대량 난민사태, 브렉시트 등이 배경으로 분석됐다.

10. 유럽의회와 각국 정책 관계는

유럽의회는 EU 각국의 법률과 정책을 민주적 원칙에 따라 EU 차원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유럽의회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수장인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집행위원 27명(회원국 당 1명)을 임명한다. 집행위원들은 각 나라를 대표한다기보다 초국가적으로 활동하는 데 주력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우향우는 각 회원국의 내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유럽의회가 친이민·친환경 정책을 최종 승인하는 과정에서 극우정당의 저지가 예견되는 만큼 각국이 ‘의회 마비’를 막기 위해 사전에 관련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욱·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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