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제외한 모든 곳에서 문제해결… 관객과의 최전선에 있죠”[공연을 움직이는 사람들]

이정우 기자 2024. 6. 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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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움직이는 사람들 - (4) 예술의전당 하우스매니저 이빛나·신호철
매표소 창구·출입구·매점까지
안전사고·고장 등 모두 책임져
오후 1시경 출근 11시에 퇴근
공연 정시 시작이 최고의 미션
사고나면 큰일나 ‘잘해야 본전’
사람 몰려있는걸 못보는 강박도

공연이 열릴 때 공연장에서 관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은 하우스 매니저와 이들의 눈과 귀가 돼주는 하우스 어텐던트(공연장 안내원)다. 이들은 관객에게 항의를 받기도 하고,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매표소 줄이 길어질 때, 공연장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을 때, 공연장 주변에 혼란이 벌어질 때 모두 이들이 나선다. 하다못해 주차장이 혼잡한 것도 하우스 매니저가 책임진다. “무대 빼곤 공연장의 모든 곳이 우리의 하우스(집)”라는 이빛나·신호철 예술의전당 하우스 매니저를 지난 11일 만났다.

◇“공연장 어디에든 있다”

이빛나 매니저는 “공연장과 관객분들의 연결 지점에서 공연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돕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사고, 공연 당일 일어나는 관객들의 모든 항의를 받아내고,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해결사’이다.

이 매니저는 “우리는 공연 당일 공연장 어디에든 있고, 어디에서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표소 창구, 출입구, 식·음료를 파는 곳 등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공연장 어느 곳이나 하우스 매니저의 근무 영역이다. 신호철 매니저는 “공연장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난 것도 당연히 우리 책임이 된다. 안전사고가 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에스컬레이터가 작동되지 않아 고객이 지각하는 경우에도 우리가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기 때문에 하우스 매니저들의 눈과 귀가 돼주는 하우스 어텐던트들이 공연장 곳곳에 포진한다. 콘서트홀에서 공연이 열리는 경우, 매니저 1명에 안내원 21명, 총 22명이 근무한다. 오페라가 열리는 오페라극장에선 총 근무 인원이 25명에 달한다. 안내원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특이사항을 매니저에게 무전기로 보고하면, 매니저가 상황 파악 후 출동하는 식이다.

예술의전당 하우스 매니저들의 출근 시간은 보통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다. 부럽다는 말도 잠시, 퇴근 시간은 오후 11시 가까이 된다는 말이 돌아왔다. 보통 평일 공연이 오후 7시 30분 또는 8시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로비 투어’를 한다. 해당 공연장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확인하는 일이다. 공연 시작 1시간 반 전엔 안내원들에게 큐시트 등 제반 사항을 공지하는 ‘조회’를 30분간 진행한다. 그리고 공연 1시간 전까지 객석을 정리하고, 이상이 없으면 객석의 문을 연다.

그날 공연이 원활하게 진행됐느냐의 지표 중 하나는 정해진 시각에 시작했느냐다. 지연 입장 역시 매니저의 권한이다. 신 매니저는 “공연 지연이 5분이 넘으면 사고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공연 시간은 관객분들과의 약속”이라며 “우리가 바쁘게 뛰어다니는 이유는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티켓을 받자마자 눈썹을 휘날리면서 공연장으로 뛰어오면 바로 문을 닫기 어렵더라”며 “그래서 공연 4분 전까지 무대감독이랑 계속 상의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업병도 생겼다. 이 매니저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걸 못 보는 강박이 생겼다”고 말했다.

◇“잘해야 본전”

이 매니저는 “우리끼리는 이 일이 잘해야 본전이란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대개 정시에 시작해서 아무 탈 없이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 매니저는 “원활한 공연, 관객의 만족을 위해선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잘해야 본전이란 말은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란 얘기와 같다. 이들도 사람인지라 아팠던 순간이 있었다. 이 매니저는 “관객 한 분이 손가락질하면서 ‘야 너 거기 서봐’라고 해서 뒤를 돌아봤는데, 로비 소파에 앉아있던 엄마가 보였다”며 “마음이 무너지더라. 이후론 가족을 초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매니저도 “‘애는 키워봤느냐’란 말을 들으면 나도 사람이다 보니 기분이 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무관객 공연이 이어졌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이들은 관객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이 매니저는 “관객이 없으면 우리의 서비스도 없구나. 관객이 우리 업무의 본질적인 부분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전환점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우스 매니저는 하우스 어텐던트들의 채용부터 교육, 급여 관리까지 전담한다. 예술의전당 어텐던트 대다수가 20대라고 운을 뗀 이 매니저는 “어린 친구들이 현장에서 정말 많은 일을 겪는다”고 전했다. “매니저들이 백조의 머리라면, 사실 어텐던트들은 물 아래 보이지 않는 백조의 다리예요. 함께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공통질문 3

― 하우스 매니저란

“원활한 공연 진행을 총괄하고, 하우스 어텐던트를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쉽게 말해 공연 전반의 해결사입니다.”

― 하우스 매니저의 필수 덕목은

“체력”(이빛나) / “다방면의 관심과 관객에 대한 책임감”(신호철)

― 가장 뿌듯한 순간은

“하우스 어텐던트들이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빛나) / “관객분이 덕분에 잘 봤다고 인사해줄 때”(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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