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판소리+악기 ‘실험적 무대’… 힙해진 연극의 고전

서종민 기자 2024. 6. 18. 09: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죽었다. 온 가족이 싹 다 죽었다."

'잔혹한 수어(手語)'로 농인 배우 6명이 무대 한가운데에서 연기를 펼쳤다.

수어·판소리·악기로 된 3중의 무대 형식은 80분의 공연시간을 쏜살같이 흘러가게 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2개월간의 '음악 워크숍'으로 계속 붙어있다시피 하면서 수어·판소리·전자악기 등 3중의 음으로 무대를 구성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성황리 막내린 연극 ‘맥베스’
객석 점유율 99%로 막 내려
내달 ‘세계농인축제’ 초청돼

“죽었다. 온 가족이 싹 다 죽었다.”

‘잔혹한 수어(手語)’로 농인 배우 6명이 무대 한가운데에서 연기를 펼쳤다. 그에 대한 상황 설명이 무대의 가장자리에 앉은 소리꾼 4명의 판소리로 쉴 새 없이 전달됐다. 그 뒤에서 연주자 2명이 거문고, 전자 기타·베이스를 바꿔 잡으며 긴장감을 고조하는 선율을 얹었다. 수어·판소리·악기로 된 3중의 무대 형식은 80분의 공연시간을 쏜살같이 흘러가게 했다.

연극 ‘맥베스’(연출 김미란·사진)는 무대 형식뿐 아니라 내용까지 파격적으로 각색했다. 셰익스피어 원작으로,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살인하고 파멸해가는 과정을 완전히 바꿨다. 한국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가족이 장례식장에서 유산을 둘러싸고 서로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내용이 됐다. 왕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비극을 한국의 가족으로 옮겨와 인간 본성을 고찰하겠다는 의도였다. 지난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사흘간 4회차로 진행했던 공연은 객석 점유율 99%로 국내 공연의 막을 내렸고, 다음 달 4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라임스 ‘2024 세계농인축제’에 초청받아 해외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의 ‘실험’은 만든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3회차 공연을 마친 후 만난 김 연출은 우선 “연극 보고 나서 누가 토할 것 같다 하던데, 이상하지만 기분 좋았다”며 웃었다. 농인 배우의 수어 연기를 보고 ‘감동’ ‘아름답다’ 등 으레 나오는 온정주의가 아닌 다른 반응을 기대했는데 예상대로였다는 것이다. 백색 타일로 채운 무대 위 철제 테이블로 만든 음산한 분위기에서 수어 대사는 욕설이 난무했다. 배우 박지영은 “오늘 부모님이 공연을 보시고는 우리 딸이 아닌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머쓱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 연기는 판소리와 전자 악기의 리듬을 타고 관객석으로 파고들었다. 이향하 음악감독은 “판소리 어법을 표현하려고 하면 멜로디나 화성보다는 리듬 위주의, 그리고 농인 배우가 베이스 음역에서 반응하는 경우가 있어서 생각해본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연습 초반에 판소리 고수를 맡아 박지영의 독백 연기와 맞춰본 것 또한 이 감독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2개월간의 ‘음악 워크숍’으로 계속 붙어있다시피 하면서 수어·판소리·전자악기 등 3중의 음으로 무대를 구성했다. 김 연출은 “수어 공연이 매력적 장르로, 언제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요즘 말로 ‘힙하다’고 느껴지기를 원했다”고 했다. 다음 달 프랑스 공연에 맞춰 이들은 ‘한국 수어’를 ‘국제 수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마치고 본격 연습에 돌입했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