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소 굴기’… 전기차·태양광·배터리 이어 ‘독식’ 노린다[Global Economy]
‘전략적 신흥산업’에 첫 포함… 민관, 수소에너지 총력전
‘전진기지’ 산둥성에 가보니
연료전지 부품 생산 자동화
수소자전거·드론 등 개발도
적은 연료로도 장시간 주행
중국 수소에너지 산업 생산액
내년엔 190조원 달할 전망
핵심 장비 전해조 수출도 ↑
글로벌 생산용량 절반 차지
지난 = 글·사진 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의 ‘수소 굴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2022년 수소에너지를 국가 중점과제로 내세운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수소에너지 산업을 전략적 신흥산업 목록에 포함시켰다.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은 10만t의 수소를 옮길 수 있는 4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짓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친환경 경제 분야 ‘신싼양’(新三樣, 전기자동차·태양광·배터리)에 이어 수소 분야도 ‘독식’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정부 드라이브에 지방정부도 수소에너지 연구·개발 박차 = 지난 13일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신구동력전환출발구역(濟南新舊動能轉換起步區) 내에 위치한 지난녹색동력수소에너지과학기술유한회사(지난녹동) 내부 연구실에 들어서자 ‘스택’(stack)을 만들어내는 ‘위잉’ 소리로 가득했다. 스택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으로,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일어나는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막전극접합체(MEA)와 지지체, 촉매, 분리판 등을 한층 한층 직렬로 쌓아 만드는데, 여러 대의 로봇팔들이 해당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취청신 지난녹동 부사장은 “연간 1000대의 스택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국내 최초로 완전한 자체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자동화 스택 생산 라인”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녹동은 중국의 국유기업인 국가전력투자그룹유한회사(國家電力投資集團有限公司) 산하에 있는 회사로, 스택을 비롯한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 연구·개발(R&D) 및 관련 제품 제조 업무를 한다. 최근에는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자전거와 수소 오토바이, 수소 드론 개발도 완료했다. 수소 자전거에는 50g짜리 수소통이 안에 들어가 있는데, 이 한 통으로 80㎞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수소 드론은 한 번 충전으로 연속 2시간까지 비행한다.
중앙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아래 각 지방 정부에서도 수소 관련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산둥성은 이를 이끌어가는 곳 중 하나다. 중국 과학기술부와 협약을 체결, ‘1만 개 수소 관련 기업 육성’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수소 사회’ 시범 모델 구축을 위해 나섰으며 지금까지 35개의 수소 충전소를 건설했다. 총 2200대의 수소차가 산둥성에서 판매됐는데 이는 광저우(廣州)와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에 이은 중국 내 4위 규모다. 수소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어, 매년 260만t의 수소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이미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 전해조 수출까지 = 신싼양 분야 중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전기차 분야에서도 미국 등 서방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은 수소에너지에 대한 정책 지원 속도를 높이며 ‘수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2년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이 함께 내놓은 ‘수소에너지 중장기 발전계획’(2021∼2035)이 중국의 수소 산업 발전 계획이 본격 시작했음을 알렸다면, 올해 정부업무보고에서 수소에너지를 전략적 신흥산업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발전 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표현했다. 중앙정부가 국가 연간 경제발전계획에서 수소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지난달 교통부 등 13개 부처는 수소에너지 활용을 포함한 ‘대중교통 대규모 설비 갱신 실행 방안’도 발표했다. 지난녹동 관계자는 “국가 발전계획에 수소산업 발전 가속화 의지가 표명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 산업의 발전은 급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수소 분야에 있어 다른 국가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2022년 기준, 중국은 세계 최대의 수소 생산국이 됐다. 중국석탄공업협회(中國煤炭工業協會)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수소 생산량은 4004만t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4575만t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수소에너지연맹은 2025년 중국 수소에너지 산업의 총생산액이 1조 위안(약 1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에 전기를 가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전해조’도 전 세계 생산용량 중 절반 이상을 이미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연간 전해조 생산 능력은 13.1GWh에 달한다. 유럽이 10GWh로 뒤를 잇고 있으며 인도와 북미는 각각 4.3GWh, 3.1GWh에 그친다. 중국은 전해조 수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전해조 생산 업체 궈푸(國富)수소에너지는 지난해 1월 중동의 한 에너지 기업에 향후 4년 동안 5억 달러(약 7000억 원) 규모의 전해조를 공급하기로 했다. 룽지(隆基)수소에너지 등도 호주·인도 등 국가에 진출했다. 어우양밍가오(歐陽明高) 중국과학원 원사는 지난 4월 중관춘(中關村)포럼에서 “중국 전해조 제조업체들이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전기차와 태양광, 배터리에 이어 전해조가 중국의 4대 친환경에너지 수출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족한 인프라, 어려운 운반 등 한계 있지만… =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천연자원인 동시에 어떠한 공해 물질도 발생시키지 않는 궁극의 청정에너지라는 것은 수소의 큰 장점이지만 생산 비용이 많이 들고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역시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또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는 수소의 특성상 저장 및 운반이 쉽지 않다는 점은 수소 에너지 논의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지난녹동의 취 부사장 역시 “여러 상황들을 생각할 때 수소에너지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다만 취 부사장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생산 비용, 그리고 잠재적으로 큰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 수소에너지 산업의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아직 수소 산업을 본격화하지 못한 다른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녹동에서 만난 수소 자전거 담당 직원은 50g짜리 수소통을 개인이 어떻게 구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럴 필요 없다. 이 자전거는 공유자전거로 쓰일 예정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미리미리 일괄적으로 수소가 모두 떨어지기 전에 교체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수소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적지만, 현재 2억 대 이상의 공유자전거를 모두 수소 자전거로 교체해 인위적으로라도 거대한 수소 시장을 형성하는 게 중국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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