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 美전문가 "푸틴, 무기 얻고 美국력 분산하려 김정은과 회담"(종합2보)

김동현 2024. 6. 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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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탄약 제공하고 첨단군사기술 받을 것…한국전쟁 이래 최대 위협"
"북미 대화 재개 전망 더 낮아져…한미,북러군사협력 차단 집중해야"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는 북한 김정은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송상호 특파원 =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이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 확보뿐만 아니라 미국의 힘을 분산시켜 견제하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이메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지난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대한 "푸틴의 대답"이라고 규정했다.

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들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북러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했다.

차 석좌는 "푸틴은 아시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유럽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와 동남아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안보 구상을 복잡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이어 베트남 하노이를 찾는 것도 베트남과 관계를 개선하는 미국의 노력을 방해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푸틴은 미국의 세력을 약화하고 미국에 문제를 일으키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미국 견제를 주요 방북 이유로 꼽았다.

그는 "푸틴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집중하는 대신 군사와 경제 자원을 전 세계에 분산하도록 강제하려고 한다. 푸틴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북한에 다양한 군사기술을 제공하기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연합뉴스에 "푸틴은 자신이 우크라이나에서 무기한으로 싸울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미국이 대가를 치르게 하기를 바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미국이 그 무엇보다 중국을 주시하는 아시아에서 군사적 균형을 기울게 함으로써 미국의 의사결정자들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끝내라고 설득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간담회 하는 빅터 차 석좌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서 무기를 지원받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군사·경제 지원을 받으려 할 것이라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

차 석좌는 "러시아는 자체적으로 탄약을 최대한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의 탄약이 필요하다"면서 "김정은은 식량과 연료뿐만 아니라 첨단 군사기술을 분명히 원한다"고 관측했다.

그는 "난 북한과 러시아가 탄약과 탄도미사일 공동 생산에 합의할 것을 우려한다. 이는 북한이 비축한 탄약의 현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석좌는 별도로 배포한 자료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역량을 러시아로부터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한국전쟁 이래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군사위성, 원자력 추진 잠수함 기술을 받을 경우 "김정은이 미국의 선제공격으로는 제거하기 어려울 핵전력으로 미국 전역을 겨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로닌 안보석좌도 북한이 정찰위성, 미사일, 잠수함 관련 기술 등 미국을 상대할 '비대칭 전략'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러시아에 요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넷 선임연구원도 "푸틴은 특히 김정은이 최근 공개한 첨단 유도기능을 탑재한 240mm 방사포를 비롯해 더 많은 다연장 로켓 발사대를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유도탄, 단거리 미사일 지원을 약속하고, 이런 무기를 개선할 수 있는 유도 기능과 다탄두 기술, 핵무기 기술 등을 러시아에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의 주체사상 때문에 그가 이런 방향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러시아에 핵우산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려고 하며 이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자신을 강력한 지도자로 인식시키려고 한다고 추측했다.

그는 "김정은이 심각한 내부 불안정에 시달리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은 북한을 러시아와 동급인 세계열강 중 하나처럼 보이게 해 북한 내부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엘리트층을 안심시키기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클린트 워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도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러는 관계를 더 강화하고 미국 주도의 질서에 대항하는 연대를 과시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러의 관계는 깊은 신뢰나 친밀감보다 거래 지향적인 세계관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같은 합의를 더 추구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이전과 같이 무기와 식량, 기술 등을 주고받는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러가 공동성명 등의 형태로 관계를 더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하고서 "한반도에 이미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억제력과 안정화를 어렵게 하는 또다른 변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북미 대화 전망이 더 어두워졌으며 한미가 대화 재개보다 군사협력 차단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 석좌는 "북한이 미국 대선 전에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며 "대신 북한은 미국이 선거를 치르는 해에 늘 그랬듯이 (무기) 시험과 훈련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지금으로서는 비핵화 대화를 제쳐두고 북러 간 탄약과 군사기술 교류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가 유럽과 함께 G7 정상들이 합의한 것과 비슷한 자산 동결 조치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이제 사실상 유럽인들을 살해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도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미는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위반 사례를 식별해 공개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한미는 북한을 상대로 더 공격적인 정보 작전을 하고 북한의 인권 침해를 더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트 워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 [KE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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