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처절히 우아한 추격 질주극…이제훈·구교환 연주에 94분 순삭[봤어영]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북한을 배경이나 소재로 한 작품들은 많았지만, 주로 남북 관계를 통해 이데올로기 갈등과 휴머니즘을 조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탈주’는 북한을 배경으로 내세운 기존 영화들의 공식을 완벽히 비껴간다. 극을 구성하는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북한 군인이며, 남한의 인물들은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군 생활 10년 후 전역을 앞뒀지만, 사회가 암묵적으로 정한 계급 때문에 전역 후의 삶에서조차 희망이 없는 북한 군사 ‘규남’과 그를 집요히 쫓고 옥죄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관계성과 줄타기가 골자다.
‘탈주’는 지켜야 할 오늘, 다가서고 싶은 내일 두 선택의 대척점에 선 주인공 규남과 현상의 쫓고 쫓기는 레이스와 갈등을 통해 삶의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북한’이 배경에,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하나같이 극단적이지만, 그들이 처한 딜레마와 고민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그 끝이 막다른 길일지라도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 미래에 선택을 걸고 싶은 규남의 소망을 우리 모두 크고 작게 갈망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꿈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타협한 현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삶을 살며 한 번쯤은 모두가 겪었을 이상과 현실 사이의 위태로운 줄다리기와 갈등을 ‘탈주’는 지독하고 집요한 추격 액션 장르로 녹여냈다.
규남과 현상의 강력한 캐릭터성, 질긴 악연의 서사가 단조롭고 밋밋할 수 있는 추격극의 한계를 덮고 입체성을 더했다. 과몰입을 유발하는 이제훈과 구교환의 열연, 두 사람의 팽팽한 앙상블이 완성도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겠소”, “죽어도 내가 죽고 살아도 내가 산다”, “마음껏 선택하고 실패하는 삶을 살겠다” 등 명대사들은 능동적인 삶의 숭고함을 다시금 되새긴다.
‘탈주’는 이제훈이 청룡영화상에서 구교환에게 보낸 러브콜이 성사된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예상대로 기다린 이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이제훈과 구교환 모두 ‘탈주’가 각자의 필모그래피의 인상적인 한 획을 긋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규남’ 역의 이제훈은 마음껏 실패하더라도 내 손으로 운명을 정하는 삶을 살기 위해 눈에 독기를 가득 품고 달리고 또 달린다. 총을 맞고 늪에 빠지고, 흙바닥에 몸을 구르고 절벽에 몸을 날려도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력과 의지를 온몸으로 뿜어낸다.
액션극으로 즐겨도 좋고, 메시지와 캐릭터에 과몰입하고 보면 여운이 더욱 길다.
7월 3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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