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개척 1세대’ 보이저 1호·허블망원경 “40년 넘게 현역”

박준우 기자 2024. 6. 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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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S 오류났던 보이저 1호 문제 해결, 2030년대까지
허블도 자이로스코프 작동 모드 전환 통해 수명 연장
게티이미지뱅크

인류의 우주 개척에 앞장선 선봉장들인 보이저 1호와 허블 우주망원경이 계속해서 우주 탐사 임무를 이어간다. 보이저는 40년, 허블은 30년 넘게 우주를 항해·관측 중이다. 이미 두 기체 모두 예상 수명을 훨씬 뛰어넘었음에도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가 계속해서 수명 연장에 성공하면서 인류에게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보내주고 있다.

18일 나사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기술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다시 정상적인 임무 수행 절차에 들어갔다.

보이저 1호는 지난 11월 비행데이터시스템(FDS)에 오류가 발생해 우주 공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사는 지난 4월 문제가 발생한 코드를 FDS 메모리의 다른 부분에 옮기며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했고, 5월에는 추가 수리를 진행해 보이저 1호에 탑재된 4개의 과학 장비 중 2개를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달 들어 수리 작업이 모두 완료되며 4개의 장비가 모두 정상적으로 지구로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다.

보이저 1호에 탑재된 과학 장비들은 플라즈마 파동, 자기장, 입자 등을 연구하게 된다.

이들 장비가 모두 정상 가동하게 됐지만 반년 여 간 발생했던 문제의 여파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나사의 판단이다.

이에 나사 엔지니어들은 보이저 1호에 탑재된 3대의 컴퓨터에 있는 시간 기록 소프트웨어를 재동기화해 적절한 시간에 맞춰 명령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보이저 1호가 1년에 2번 지구로 전송하는 플라즈마 웨이브 장비의 일부 데이터를 기록하는 디지털 테이프 레코더도 유지·보수하게 된다.

보이저 1호가 수집하는 과학 데이터는 이 레코더에 기록되는 일부 외에는 저장되지 않고 모두 지구로 직접 전송된다.

지난 1977년 9월 임무를 시작한 보이저 1호는 형제 탐사선인 보이저 2호와 함께 태양계 밖인 성간 공간을 직접 찾아간 인류 유일의 우주선이다.

현재 지구로부터 약 240억 ㎞ 떨어진 곳에서 약 1만7000일 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보이저 1호가 다시 임무를 정상 수행하고는 있지만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다. 보이저 프로젝트는 당초 4년 계획으로 시작했으나 이미 예정 수명의 10배를 훌쩍 넘긴 상태다.

보이저 1호의 동력은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 238의 자연 반감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꿔주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제너레이터(RTG)’로 공급되는데, 플루토늄 238의 반감기는 약 87년으로 이미 출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사가 예비 전력을 활용하고 중요도가 낮은 장비를 끄는 등 수명 연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보이저의 수명은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에는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 나사 홈페이지 캡처

허블 우주망원경 또한 최근 발생한 문제를 극복하고 대체 작동 방식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허블은 지난달 24일 우주 공간 내에서 위치 측정을 해주는 항법장치 ‘자이로스코프’에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안전 모드에 들어간 바 있다. 자이로스코프 외 다른 장비나 망원경의 상태는 모두 안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6개월 간 허블의 자이로스코프는 위치측정 판독값을 계속해서 잘못 산출하며 임무를 수차례 중단시킨 바 있다. 이에 나사는 3개의 자이로스코프를 작동하는 모드에서 1개의 장비만 사용하는 형태로 작동 모드를 전환해 보다 일관적 임무 수행을 가능하게 하고 허블의 수명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당초 허블에는 자이로스코프 6개가 장착돼있으나 현재 4개가 고장나 2개만 정상 운용이 가능한 상태다.

자이로스코프는 분당 1만9200회 이상 회전하는 바퀴의 운동을 통해 물체의 자세나 위치 등을 정확하게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

우주공간 내에서도 매우 정확한 위치 파악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그만큼 민감하고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장치다. 실제로 허블이 지난 1990년 발사된 이후 고장 등으로 인해 교체된 자이로스코프만 22대에 달한다.

이들 장치가 모두 고장날 경우에는 사실상 허블의 운용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나사는 하나는 예비용으로 남기고 나머지 하나의 자이로스코프만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자이로스코프를 1대만 사용할 경우에는 허블의 생산성이 12% 이상 줄어들고, 관측 가능 우주 영역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나사는 이처럼 우주 관측에 일부 제한이 생길 수 있지만 1개의 자이로스코프 모드만으로도 대부분의 허블 임무 수행은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사 허블 연구팀이 1개 모드에 대한 경험이 더 쌓이면 운영 최적화를 위한 추가 개선이 이뤄질 수도 있다.

보이저가 당초 임무 수행 기간을 훨씬 뛰어넘었듯 허블의 수명도 기존의 예상 설계 수명보다 2배 이상 연장된 상태다. 당초 허블의 수명은 2020년대 끝날 것으로 전망됐으나 나사는 이번 대체 작동 방식 전환 외에도 향후 스페이스X와 허블 수명 연장을 위한 추가 임무 등도 검토 중이다. 이같은 계획들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허블의 수명이 2030년대 중후반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나사는 “우리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선인 보이저 탐사선들은 올해 연말에도 47년 간의 작전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허블은 인류의 이익을 위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같은 다른 장비들과 협력하면서 지금의 2020년대에도, 다가올 2030년대에도 계속해서 우주 관측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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