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HMM 못 판 강석훈, '배당 3년 유보하면…'
첨단산업 100조 공급 위한 자본확충 필요
정부 재정 악화…배당 유보로 자본 늘려야
"정부가 돈이 없으니 (자본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다. 배당 유보도 그 중 하나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부에 해왔던 배당을 유보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해서라는데요.
특히 강석훈 회장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10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기획하고 있는 만큼 곳간이 넉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당분간 배당을 하지 않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를 하겠다는 게 강석훈 회장 구상인데요. 속사정을 한 번 살펴볼까요.
정부 도움 대신 배당 유보
강석훈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에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정책자금을 공급한다는 내용입니다.
강 회장은 안정적인 재무구조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자산 건전성이 필수인 까닭이죠. ▷관련기사: '첨단산업 100조 공급' 강석훈 "자본확충 위해 배당유보 고민"(6월11일)
구체적인 방안으로 강 회장은 산업은행법 개정을 통한 법정 자본금한도 증액과 배당 유보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중 관심이 가는 부분은 배당 유보입니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매년 정부(기획재정부)에 배당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산업은행이 정부에 배당한 규모는 1조8758억원입니다. 지난해에는 8781억원을 배당해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순이익에 따라 배당 규모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매년 5000억원 가량 배당하고 있다는 게 강석훈 회장 설명인데요.
동시에 산업은행은 정부 출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해왔습니다.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 등 정책금융 공급을 위한 안정적인 건전성 지표를 유지하기 위해서죠. 2021년 이후 작년까지 산업은행 정부출자 규모는 약 3조2000억원입니다. 올 1분기에도 기재부는 2조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현물출자했고 산업은행 BIS비율 개선에 도움을 줬습니다.
문제는 정부 도움을 받아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경기 위축과 정부의 감세 정책 등으로 나라살림이 팍팍해지고 있어서죠.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월 기준 관리재정수지(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는 64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강 회장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고민의 결과물이 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는 대신 배당도 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자본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강석훈 회장은 "정부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데 산업은행에 돈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적절한지 자문하다 보니 정부에 3년 정도 배당하지 않는 방안을 생각했다"며 "3년간 유보하면 1조5000억원의 자본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정도면 15조원 가량 대출 여력이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아쉬운 HMM 매각 실패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한 강석훈 회장의 고민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가졌던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도 BIS비율을 언급하며 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당시에는 HMM을 콕 집었습니다. HMM 주가가 1000원만 떨어져도 산업은행 BIS비율이 0.07%포인트 하락하는데, 이렇게 되면 1조8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 공급 여력이 줄어든다는 게 강 회장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강 회장은 HMM 경영권의 조속한 매각 필요성을 강조했고, 실제 지난해 7월부터 매각 절차를 본격화합니다. 작년 말 하림그룹(팬오션·JKL 컨소시엄)을 HM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요. 하지만 경영 주도권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강 회장은 당분간 HMM 재매각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는데요. 강석훈 회장은 "HMM 재매각은 산업은행 입장과 더불어 정부의 해운정책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의된 안건을 갖고 나서야 할 것으로 본다"며 "당장은 매각 계획이 없고 궁극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강 회장이 강조했던 HMM 매각을 통한 안정적인 재무구조 확보라는 구상은 멀어지게 됐습니다.
이번에 배당 유보를 통한 자본 확충 구상을 공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강석훈 회장이 정부·국회와 협의를 통해 배당 유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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