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혁신이 신약개발 성공 열쇠…韓 바이오 기업, 해외서 파트너 찾아라”
“우수한 연구력 바탕으로 해외 네트워크 쌓아야”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2017년 중증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 치료제인 ‘듀피젠트(Dupixent)’를 출시했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된 신약이다. 듀피젠트의 매출은 2019년 약 3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32조원으로 성장했다. 듀피젠트는 사노피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브라이언 브롱크 사노피 글로벌 사업개발 담당 부사장은 “미국 바이오 스타트업인 리제네론과 공동 개발한 듀피젠트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시장에서 혁신을 가져 온 사례”라며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도 세계로 눈을 돌려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롱크 부사장은 1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KAIST 바이오 헬스케어 국제 심포지엄’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만들려면 우수한 연구기관과의 협력, 국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새로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신약을 개발한 281개 글로벌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에서 신약 개발 성공률은 34%에 달한다. 반면 한 기업 내부에서만 이뤄진 연구에서는 성공률이 11%에 머물렀다.
사노피는 전 세계 90국의 바이오 스타트업, 제약사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구축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브롱크 부사장은 “한국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ABL바이오와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은 뛰어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신약이 탄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올리버 하딕 M벤처스 초빙 기업가(EIR)가 참석해 신약 개발 혁신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M벤처스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의 출자로 설립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다. 하딕 초빙 기업가는 2013년 생명공학 스타트업 ‘퓨리디파이(Puridify)’를 설립해 글로벌 기업인 GE헬스케어에 매각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초빙 기업가는 스타트업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회사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M벤처스는 아직 한국 기업에 투자하지는 않고 있으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하딕 초빙기업가도 한국 바이오 산업의 가장 큰 강점으로 우수한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꼽으면서도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 기업이 진출을 목표하는 시장은 결국 전 세계”라며 “초기 투자는 현지에서 받더라도 결국은 시장 개척을 위해 투자와 협력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준비하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조언도 내놨다. 브롱크 부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현재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의 ‘의학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를 채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의 풀지 못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사노피가 협력할 기업을 선정하는 데 미충족 수요를 최우선 지침으로 삼고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은 혁신을 통해 미충족 수요를 충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딕 초빙 기업가는 자신들이 표적으로 삼는 질병과 유사한 분야에 주력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머크는 종양학, 신경학, 면역학에 집중하는 기업인 만큼 관련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며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를 항상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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