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MuZic?, MZ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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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내 나이를 잊고 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십 대 초반의 싱그러운 아이들과 함께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고 있자면 나도 그들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슬그머니 마음속에 생긴다.
이러한 초스피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20분이 넘는 소나타를 꾸준하고 끈질기게 연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암보로 완곡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해가 바뀔수록 무리한 일처럼 느껴진다.
MZ세대 뮤지션에게 맞는 그들만의 암보법이 있는 건 아닌 모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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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내 나이를 잊고 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십 대 초반의 싱그러운 아이들과 함께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고 있자면 나도 그들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슬그머니 마음속에 생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MZ라고 불리는 요즘 대학생들. MBTI에 열광하고, 주재료 부재료와 소스, 매운 정도까지 본인이 직접 결정할 수 있어 마라탕을 유독 좋아하는 세대라는 이들에게 Music은 무엇일까? 몇백 년 역사의 클래식 음악, 그 '오래된' 것의 중요성과 가치를 가르쳐야 하다 보니 "라떼(나 때)"를 시도 때도 없이 외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하게 된다.
그 또래 누구라도 고민이 많을 텐데 음대생이라고 해서 이들은 마치 정해진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듯 가르치는 것이 과연 옳은가, 매년 고민이 늘어난다. 연습실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해외여행과 명품쇼핑을 자랑하는 자기 또래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악기를 들게 되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어 외제차를 몰고 학교에 놀러 온 졸업생 선배도 좋은 음악인이 되기 위한 동기부여와는 거리가 멀다. 숏폼의 시대, 젊은 세대 시청자들은 영상이 15초만 넘어가도 길어서 안 본다고 한다. 주 2회 방영하는 16부작 TV 드라마를 보기 위해 방영 시간에 맞춰 귀가하는 사람은 이제 보기 드물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장비를 이용해서 '몰아보기' 혹은 '정주행'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심지어 전체 드라마를 30분 분량으로 요약 정리해 준 유튜브 콘텐츠를 찾아본다. 그것도 1.2배속으로.
학창 시절 내가 즐겨 듣던 김현철, 이소라, 김동률의 CD는 4분, 5분을 훌쩍 넘겨 서정적인 오케스트라 전주 간주까지 7분이 넘어가는 트랙도 흔했는데 요즘 아이돌 음악은 2분 30초에 끝난다고 한다. 이러한 초스피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20분이 넘는 소나타를 꾸준하고 끈질기게 연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암보로 완곡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해가 바뀔수록 무리한 일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해야지. 나 때는 더한 것도 했어" 는 사실 MZ가 아닌 세대에게도 설득력이 없다. 얼마 전 기말 실기시험을 마치고 코멘트를 들으러 온 학생이 "어떻게 하면 암보를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데 "많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어"라고 답하려다 말고 옆에 있는 선배 학생에게 물었다. "네가 대답해 봐. 어떻게 해야 하니?" "….그냥…. 많이 하는 수밖에…" 순간 '휴, 다행이다' 싶었다. MZ세대 뮤지션에게 맞는 그들만의 암보법이 있는 건 아닌 모양이구나.
과거 어느 세대보다 자유의지로 많은 것을 정하고, 짧고 강렬한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으며, 물질만능주의와 자본주의의 원초성을 피부로 겪는 아이들에게 전통과 고유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일에 대해 어른들이 더 많은 고민을 해줘야 한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요새 애들은 이런 거 안 하려고 해" MZ는 죄가 없다.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만의 이유가 확실해야 흥미를 느끼는, '꽂히면 하는' 이들. 바꿔 생각하면 남이 강요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원해서 직접 찾아낸 클래식 음악의 숭고함, 본인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 낸 보석 같은 연주력은 이전 어떤 세대의 음악인들도 가지지 못한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김예지 목원대 관현악·작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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