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다른 일 할래" 알바생 외면에도…최저임금 못 준다는 편의점, 왜?
편의점 업종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들은 차등적용시 다른 일을 찾겠다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인건비 부담에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구인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소상공인들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폐업을 앞둔 한계 상황을 벗어나려는 심정으로 올해도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면, 일부 고소득 사업주도 모두 일괄 적용되는 만큼 매출, 상시근로자 수 등 복합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바천국이 본지 의뢰로 지난 14~15일 편의점 알바 21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7%는 편의점 최저임금이 차등적용되면 "다른 일을 찾겠다"고 답했다. 현재 편의점 알바를 찾는 구직자 439명 중에도 82.4%는 "다른 알바를 찾겠다"고 했다.
편의점은 지난해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요구됐던 세 업종 중 하나였다. 올해도 차등적용 요구 업종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법 4조 1항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소상공인들은 이를 매년 물가상승에 따라 최저임금을 꾸준히 올려야 한다면, 경영 여건이 어려운 일부 업종만이라도 동결·인하해달라는 '차선책'처럼 요구해왔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7년 만에 50% 넘게 올랐고, 편의점업 등 세 업종은 통계청의 최신 2020년 경제총조사(4년에 한번 실시)에서 영업이익 등이 하위 10%에 속했다.
소상공인들도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면 인력난은 예상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올해 차등적용을 다시 요구하는 건 폐업률이 극심한 한계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올 1~5월 폐업한 소기업·소상공인이 받아 간 노란우산 공제금은 5442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소상공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재단이 대위변제한 건수와 금액도 역대 최대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서 최근 2년 동안 전국 소상공인의 월평균 매출은 0.9% 올랐는데, 월 인건비는 평균 고용 규모가 2.2명에서 2.1명으로 줄었는데도 2.2% 증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업종 말고도 매출과 상시근로자 수 등 여러 기준을 조합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등 더 세밀하고 현장에 맞는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업종별 차등적용도 근거를 삭제하려는데, 기준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20일에 최저임금법 개정안 추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최저임금은 처음 도입된 1998년을 제외하고 한번도 차등적용된 적이 없다. 노동계는 매년 "저임금 근로자 차별 조항"이라며 차등적용에 반대해왔다. 최저임금을 낮게 받는 업종의 근로자는 임금을 적게 줘도 되는 '2등 근로자'로 낙인 찍힌다는 것이다.
일본도 지역별·산업별로 구분했던 최저임금을 단일화하고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의 등급을 네개에서 세개로 줄이고, 산업별 최저임금도 226개 중 절반이 무효다.
지역 소멸과 일부 산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부추기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일본 정부 산하의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오학수 특임연구위원은 "방향성은 한국의 단일 최저임금을 향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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