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탈주’하라[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와, 이 세계관 맛있다.
‘북한군의 탈주’를 이렇게 스타일리시하게 다룰 수 있을까. 섬세한데 과감하다. 이종필 감독의 감각이 빛이 난다. 영화 ‘탈주’의 매력 덕에 잠깐이라도 현실에서 탈주할 수 있겠다.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하경 여행기’ 이종필 감독의 신작으로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 등이 뭉치고, 이솜, 이성욱 등 전작의 동료들도 힘을 보탠다.
‘북한군’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사상과 체제, 이념에 대한 언급은 내려놓는다. 대신 ‘행복’과 ‘꿈’이라는 키워드를 반영한다. 영리한 선택이다. 전자를 택했다면 낡고 지루했을 텐데, 과감하게 후자를 택하며 신선도를 높인다. ‘규남’의 전사에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흘러나와도 이질적으로 비치지 않는 이유다.
후반부 중요하게 활용되는 극적 장치들도 아주 촘촘하게 잘 심어놓는다. 이 때문인지 인물들의 선택과 상황 전개에 간혹 우연이 남발돼 개연성이 부족하다 느껴져도 ‘어쩌면 저 세계관 안에선 가능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게 한다. 허구의 이야기로선 대단한 설득력을 지닌 셈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편집으로 깔끔한 94분을 완성한다.
캐릭터들도 빛난다. 특히 구교환이 연기한 ‘현상’은 악역으로만 정의하기엔 입체적인 매력이 뿜어져나온다. 뭔가 숨기는 듯한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며 인물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계속 자극한다. 송강을 얹어서 궁금한데, 이제훈까지 더해지니 파헤치고 싶다, 이 남자.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올 듯 하다.
구교환과 홍사빈의 연기력은 물이 오른 듯하다. 구교환은 날 것 같지만 호흡 하나까지 계산하며 ‘현상’에 숨을 불어넣고, 홍사빈도 개성있는 캐릭터 해석으로 ‘동혁’을 눈에 띄게 만든다.
다만 이제훈의 캐릭터 표현에 있어선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북한 사투리 구현이 조금은 어색하게 들린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다. 7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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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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