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책’ 물어오면 주저함 없이 꼽는 단 한 권 [기자의 추천 책]

전혜원 기자 2024. 6. 1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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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팀 기자의 일상은 '질문'을 생각하는 일로 채워져 있다.

민주주의에서 갈등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 20세기 미국의 정치학자 E. E. 샤츠슈나이더가 쓴 〈절반의 인민주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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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인민주권〉
E. E. 샤츠슈나이더 지음 현재호·박수형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정치팀 기자의 일상은 ‘질문’을 생각하는 일로 채워져 있다. 백브리핑(회의 뒤 질의응답)에서, 오찬(점심)에서, 전화 통화에서 도대체 무엇을 물을 것인가? 당장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부랴부랴 묻고 나면, 가끔은 허탈해진다. 스스로가 지금 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 중에서 여야 의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안은 손에 꼽힌다. 지금의 정당들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들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고는 도저히 말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에서 갈등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 20세기 미국의 정치학자 E. E. 샤츠슈나이더가 쓴 〈절반의 인민주권〉이다. 그에 따르면, 상층 계급은 갈등을 사적 영역에 남겨두길 원한다. 외부의 개입 없이 어떤 갈등이 사적인 채로 남아 있는 한, 강자인 자신들이 갈등의 결과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을 사회화하고자 하는 사람들, 즉 힘의 균형이 변할 때까지 더욱더 많은 사람을 갈등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사람은 약자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수많은 잠재된 갈등 중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해 갈등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갈등을 관리하며, 이때 갈등을 조직하고 동원하고 통합하는 주체가 바로 정당이다.

책은 이렇게 쓴다. “문제는 늘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가장 중요한 싸움은 무엇에 대한 것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빈곤 노인과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보다 ‘서울에 아파트를 가졌거나 주식투자로 목돈을 번 사람들의 세금 부담’이 더 중요한 갈등의 자리를 차지할 때, 정당이 공직자를 선출하는 데 머무를 뿐 대·중소기업 격차나 수도권 집중 같은 문제와 관련해 대안을 조직하는 데 실패할 때, 평범한 시민은 온전한 주권자가 아니라 절반의 주권자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인생 책’을 물어오면 주저함 없이 꼽는 책이다. 언제 다시 읽어도 새로운 감동을 준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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