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회장 14년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재신임 부결 움직임"

김종훈 기자 2024. 6. 1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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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토요타 연례 주주총회서 도요다 아키오 회장 재신임안 표결…"독립성 있는 이사회 감시 필요"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 자동차 회장이 3일 도쿄에서 열린 토요타 품질 인증 부정 취득 관련 기자회견서 "그룹 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그룹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히고 있다./AFPBBNews=뉴스1 /사진=(도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일본 토요타 자동차를 14년 간 이끌었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다. 오는 18일 연례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재신임 반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인증 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리더십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토요타, 독립성 높은 이사진 감시 받아야"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2600억 달러 규모 뉴욕시 퇴직기금을 운용하는 뉴욕 감사관실 소속 마이클 갈랜드 기업 거버넌스 책임자는 "토요타가 더 높은 독립성을 갖춘 이사진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뉴욕시 퇴직기금은 600만주 이상의 토요타 계열사 지분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토요타 주주들에게 도요다 회장 연임안 반대를 권고했다. 두 자문사가 한 목소리로 도요다 회장 연임 반대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S는 최근 불거진 토요타 안전 인증 취득 비리와 관련해 "토요타 책임으로 봐야 한다"며 "도요다 회장이 내놓은 기업 개혁안에 이사진 개편은 빠졌는데 기업문화를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영 일선 물러났는데 더 커진 영향력…왜?
도요다 회장은 지난해 1월 사토 코지 사장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물려주고 14년 만에 경영 일선을 떠나겠다고 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엔지니어 출신인 코지 사장이 회사를 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직후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인 반면 도요다 회장이 밀어붙였던 하이브리드 차량 사업이 선전하면서 그의 입지는 오히려 커졌다. NYT는 도요다 회장이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할 내연기관 엔진 공장 증설 계획 등 주요 사업에서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요타 경영을 오랜 기간 지켜봐온 컨설턴트 제프리 리커는 NYT 인터뷰에서 "도요다 회장 판단이 옳은 것으로 증명되면서 본인 바람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라며 "단순 의견을 제시해도 (토요타 내부에서는) 신탁처럼 받아들여 진다"고 했다. NYT는 익명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사진 사이에서도 도요다 회장 판단으로 큰 이익을 올린 게 오히려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스가와라 이구로 토요타 사외이사가 현지 주간지 주간문춘 인터뷰에서 "도요다 회장이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발언한 것도 조명했다. 그는 "과거 도요다 회장은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을 곁에 뒀다"며 "지금 도요다 회장은 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도요다 회장 재신임 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토요타 지분은 대부분 일본은행 등 현지 기관이나 토요타 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주총에서 도요다 회장 재신임안은 96% 찬성으로 통과됐다. 지난해 주총에서 찬성 비율은 85%였다.

"50도보다 충격 더 큰 65도 시험이 잘못?"
앞서 일본 국토교통성은 토요타, 혼다, 마쓰다, 스즈키, 야마하 등 5개 자동차 기업이 차량 양산에 필요한 '형식 지정'을 따내는 과정에서 안전 인증 절차를 부정하게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토요타는 △코롤라 필더 △코롤라 악시오 △야리스 크로스 등 3개 차종에 대해 출하 정지 조치를 받았다. 코롤라는 1966년 출시 이후 지난해 9월까지 5300만대 이상을 생산, 일본 '국민차'로 불렸던 차종이다.

국토교통성은 토요타가 보행자 보호 시험, 충돌 시험 증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면서 "소비자 신뢰를 훼손하며 자동차 인증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지극히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토교통성이 규제를 잘못 적용한 탓에 토요타 등 기업들이 오명을 쓴 것이라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제로이드 라이디는 지난 6일 게재한 사설에서 이번 사건을 아우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같은 비리로 다루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토교통성) 조사에 따르면 토요타는 규정이 정한 50도가 아닌 65도 각도로 보행자 충격 실험을 진행했다. 65도 충돌이 더 심각한 상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우디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없이는 인증을 통과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은 정반대다. 현장 직원들은 (차량이) 통과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알고 더 빠른 실험 방식을 택한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리콜 조치가 없고, 아무도 안전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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