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구 늘리기’ 복수주소제 논의해야 [연중기획-소멸위기 대한민국, 미래전략 세우자]
‘1인1주소’ 탈피… 돌파구 마련 필요
원격근무·워케이션 적극 유도 … 외국인까지 대상 확대를
강원스테이·경북형 듀얼라이프 사업 등
지역 소멸 대응 ‘맞춤형 정책’ 수립 박차
경남道, 재외동포 대상 ‘한 달 여행’ 모집
외국인 신청받자 7개국 94명 몰려 ‘대박’
복수주소제, 인구 증가·추가 세수 기대
정부 “인구감소지역 한정해 적용 고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직면한 각 지방자치단체에 비정주(非定住), 생활인구의 확보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형 듀얼라이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도는 듀얼라이프에 대해 ‘지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반복적으로 순환 거주하는 삶’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현산 천문대가 위치한 영천시에 ‘별빛체험스테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같이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체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도 인구 감소 기초지자체가 3곳이나 있다. 부산시는 2022년부터 부산형 워케이션 활성화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업 업무공간과 숙박시설·관광콘텐츠 등을 구축한 뒤 역외기업을 유치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형 워케이션 활성화(일+휴양) 사업으로 생활인구 약 1800명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아울러 소비여력이 높은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지난해 기존 주민등록자뿐만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방문자와 외국인을 포함한 생활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해 정책 수립 활용에 들어갔다. 정영호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소 이전자에게 장려금을 준다는 식으로 인구 유입을 유도하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뺏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생활인구 개념에서는 지역에서는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파악할 수 있게 돼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 수립과 예산 반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주최로 이날 열린 토론회(‘대전환시대, 새로운 국토종합계획 수립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년)’ 수정 작업에도 생활인구 개념을 반영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현 인구 상황을 고려해 넓은 국토를 골고루 활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구를 확대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로섬 게임 지양·유치대상 확대해야
문제는 차별성 없는 지자체의 비정주인구 늘리기는 결국 단순 파이 나눠 먹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천편일률적으로 관광이나 귀농·귀촌 인프라 개발을 키워드로 내국인 비정주 인구 확보에 주력함으로써 기존의 정주인구 유치경쟁과 유사한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한쪽 이득과 다른 쪽 손실을 더하면 0이 되어 전체 합은 늘지 않는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원 홍천군 주민은 “이전부터 농촌체험휴양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문제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라며 “특히 농한기인 겨울에는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원격근무나 워케이션 등 체류 목적을 다양화하고, 내국인을 넘어 외국인, 재외동포로 참여 대상을 확대하는 보다 다양한 정책프로그램과 관련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경남도가 진행하는 ‘경남에서 한 달 여행하기’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부터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6월10일 기준으로 베트남, 미국, 중국 이집트,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7개국 외국인 94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동일한 프로그램을 실시했을 때 겨우 6명만 신청했는데 대상을 재외동포 이외 외국인으로 확대하자 대박을 낸 셈이다.

생활인구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복수주소제가 구상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도 해소해야 할 숙제다. 복수주소제는 주민등록상 주소 외에 자신의 고향이나 직장문제로 실생활을 하는 지역 등을 제2의 주소로 등록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이다. 도입 시 주민등록법상 1인 1주소를 원칙으로 해온 대한민국 행정의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찬반이 엇갈린다.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생활인구를 유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복수주소제를 운영 중이다. 전북연구원과 강원연구원 등은 최근 잇달아 보고서를 내고 복수주소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복수주소제가 정부 차원에서 실제로 실시된다면 실거주지와 주소지의 불일치에 따른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방은 인구 증가와 함께 추가적인 세수 확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수주소제 도입 시 부동산 투기나 조세 회피를 노린 위장전입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검토는 초기 단계다.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상반기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행안부에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등록주소가 우리 행정체계의 근간이 되다 보니 고려할 것이 많다”며 “인구감소지역에 한정해서 적용한다면 관련 특별법에 근거를 담는 방안 등은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병훈·구윤모·이강진 기자, 춘천·창원=배상철·강승우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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