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 신규 진입한 개미들, 에코프로 판 돈으로 샀다... ‘이차전지→바이오’ 대이동
HLB·삼천당·리가켐 등 바이오株로 갈아타는 이차전지 투자자
하반기 바이오 상승세에 베팅… “금리 인하 국면 수혜주로 꼽혀”
최근 국내 증시가 테마주 중심의 순환매 장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이차전지 종목에서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18일 NH투자증권 나무앱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6월 10~14일) 알테오젠을 신규 매수한 개인투자자 중 에코프로를 모두 팔고 넘어온 투자자의 매도금액이 전체의 17.09%(18억5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은 기준일 전 5영업일 동안 해당 종목을 신규 매수한 고객이 어떤 종목을 전량 매도하고 왔는지를 총매도액 비중이 큰 순서대로 제공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독점 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이달 들어선 40% 넘게 급등하며 지난 11일부터 에코프로를 제치고 종가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지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6월 10~14일) NH투자증권에서 갖고 있던 특정 주식들을 총 108억원어치 전량 매도하고 알테오젠을 매수했는데, 그중 에코프로 비중이 5분의 1에 달하는 것이다. 한미반도체를 팔고 온 비중도 3.19%(3억4500억원)로 집계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바이오와 이차전지 중에서도 나타난다. 코스닥 시총 20위 안에 있는 제약·바이오 종목 6종목(알테오젠·HLB·셀트리온제약·삼천당제약·휴젤·리가켐바이오) 모두 손바뀜 상위 종목 3위 안에 이차전지 종목이 포함됐다. 특히 리가켐바이오(전 레고켐바이오)는 14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이차전지 전극 공정 장비 기업 피엔티를 팔고 온 비중이 25%(5억2450만원)가 넘었다.
삼천당제약의 경우 신규 투자자가 타 종목을 전량 매도한 금액 25억원 중 이차전지 전해액 사업을 운영하는 덕산테코피아의 비중이 16%(4억원)에 달했고, 셀트리온제약은 포스코DX(5.30%), 두산에너빌리티(4.65%)로부터 건너온 비중이 각각 상위 3, 5위를 차지했다. HLB는 에코프로머티와 한미반도체에서 넘어온 비중이 각각 11.69%(3억5000만원), 2.57%(7700만원)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서는 이차전지 주식에 물을 타가며 반등을 기다렸던 개인이 이제 제약·바이오 종목의 하반기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유가증권시장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매매가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손바뀜 빈도가 더 잦다.
그간 이차전지 투심은 실적 부진에 계속 나빠졌다. 코스닥 이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각각 30.94%, 24.96%씩 하락했다. 지난달부터는 개인 또한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 대해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개인은 이달 들어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를 각각 76억원, 506억원씩 내다 팔았다.
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 전기차 지원 정책을 철회한다고 밝힌 점도 이차전지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8일 하이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투자 의견을 ‘보유’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반대로 제약·바이오 종목은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에 대한 기술 이전 등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경우 국내 유일 항체약물적합체(ADC) 특화 상장사로 꼽히고, HLB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간암 신약 재허가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휴젤은 올해 국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업체 중 처음으로 미국, 중국, 유럽 등 3대 빅마켓에 모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삼천당제약의 경우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먹는 형태로 만든 복제약을 개발 중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매출 급성장이 기대되는 신약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중심으로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해당 종목을 매도한 자금이 기준 종목을 매수하는데 쓰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빅데이터센터 관계자는 “매수 종목과 매도 종목의 선후행성이 고려되지 않았고, 인과관계 증명이 불가능하며 기타 신규자금 유출입 등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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