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정치 인생 13년, 가장 돌이키고 싶은 순간은 윤석열 입당"

이비슬 기자 2024. 6. 18.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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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대표 당시 보수 결판내야했는데…여당 망가져"
"국회의원 해보니 남은 건 대통령 하나…빨리하는 것보다 잘 해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이준석(경기 화성을·초선) 개혁신당 의원을 만난 건 서울 지하철에서 그가 모르는 남성의 어깨에 기대 '꿀잠'에 빠진 사진으로 온라인이 뜨거운 날이었다. 퇴근길 가방을 품에 안고 잠든 그의 모습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샀다.

국회의원이 된 후 수면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바빠졌다는 그에게선 전날 '지하철 꿀잠'을 선사한 술자리의 피곤이 묻어났다. 이 의원은 가끔 한쪽 얼굴을 손에 괴고 눈을 감은 채 타령을 하듯 답변을 쏟아내면서도 특유의 절제된 말과 행동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이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만나 "오전 6시부터 돌아다니니까 밤 10시쯤 4호선에 앉자마자 그냥 뻗은 거죠"라며 허탈한 듯 수줍게 웃었다.

이 의원을 만나기 위해 찾은 의원실은 아직 썰렁한 분위기였다. 2016년 총선, 2018년 보궐선거, 2020년 총선까지. 4수 끝에 입성한 국회지만 특별히 달라진 점도 설렘도 없다고 했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한 책장과 선반을 채운 건 이번 총선을 도운 당원들 사진과 본인의 캐리커처 이미지 사진 정도였다.

대중교통은 이 의원의 수년 된 트레이드 마크다. 권위주의 탈피,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관성적 수식어를 위한 행동보단 어떤 결정을 할 때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단편적 사례로 언급된다. 관용차도 두지 않았다.

그는 "서울 대부분의 직장인이 지하철을 타는 건 차가 없어서가 아니라 빨리 다니기 위해서"라며 "누군가는 기사를 데리고 다니며 차에서 업무할 수가 있다던데 저는 책을 읽어도 지하철이 더 편하더라"고 했다.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도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여의도 일대를 달리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인파에 섞여 하차하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기자들의 경험담은 그의 일관성을 나름대로 검증할 수 있는 사례다. 요즘은 '하도 자주 봐서' 그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주민이 없다고 볼멘소리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 상징인 '금배지'도 달지 않는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 첫날 배지를 달았는데 자석이 엄청나게 세서 운전하던 차의 안전벨트에 찰싹 붙어있더라"며 "찾다가 깜짝 놀랐는데 그때부터 그냥 하지 않고 다닌다"고 했다. 그의 첫 금배지는 차키와 집 열쇠 꾸러미를 함께 걸어둔 작은 약통에서 굴러 나왔다.

최근 이 의원 관심사는 인스타그램에서 진짜 동탄 주민을 찾아내 '팔로우'(친구 맺기) 요청을 넣는 일이다. 팔로우 요청을 최대 7500명까지 할 수 있어 지역구민과 교감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단 취지다.

이 의원은 "동탄 2신도시 이런 키워드를 검색해서 동탄 주민이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동탄 주민에게만 팔로우를 요청한다"며 "동탄에서 지금까지 약 1400명을 모았다"고 했다. 2016년 서울 노원병 출마 당시부터 지역 주민과 교류를 위해 터득한 방법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하철 자리에 앉아 잠든 모습이 담긴 사진이 지난 13일 온라인에 게시됐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시절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했다.(온라인 커뮤니티)2024.6.14/뉴스1

의원실 바닥에는 스무 개가 넘는 축하 난과 화분이 즐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의원에게 보낸 축하 난은 가장 목이 좋은 자리에 있는 선반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한쪽 구석 옷걸이에는 쿠팡에서 구입했다는 개혁신당 상징 오렌지색 넥타이가 디자인별로 걸려있었다.

이 의원은 최근 지역구인 동탄에 전셋집을 구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이 의원은 "강아지를 키우려고 동탄에 테라스형 아파트를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더라"며 "산책하러 나가면서 주민들과 만나고 싶었는데 과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과 함께하는 9명의 보좌·비서진은 밀려드는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첫 의원실을 1970년대생 2명과 1990년생 7명으로 꾸렸다. 이 의원은 "위계를 너무 많이 쌓아 올리지 않도록 간소화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박근혜 키즈' '헌정사상 최초의 30대 당 대표' '제3지대 정당 창당' '국회의원' 대한민국 정치사의 독보적 캐릭터인 이 의원에게도 미개척지가 있을까. 그는 "외교"라며 "외교적 프로토콜은 아주 소수에게만 열려 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처럼 국제 회의장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악수하고 사진 찍는 모습이 안타까운 부분도 있지만, 그분들이 살아온 세대에서는 경험이나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국제회의 등 경험을 일상화하는 정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오는 8월에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참관하는 방미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업무를 보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치인생 13년 중 가장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느냐고 묻자 곧장 "윤석열 대통령의 패싱 입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지역 일정을 소화 중이던 2021년 7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입당했다. 이 의원과 마찰을 빚은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이 의원은 "제가 대표가 되고 나서 대한민국의 여당을, 보수 진영을 영속적으로 바꿔놓는 결판을 냈어야 했는데 선거를 앞두고 있어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갔다"며 "제명해야 했다. 그때부터 윤 대통령이 당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장착하고 급기야 저렇게 망가지는 길로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보수 진영을 재구성했다면 지금의 여당은 이렇게 어이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나라를 잘되도록 만들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정치 입문부터 약 13년을 함께한 보좌관은 '국회의원' 이준석의 최근 변화를 포착했다. 그는 "정치인이 거의 마지막으로 맡는 것이 당 대표인데 이 의원은 거꾸로 당 대표부터 해버렸다"며 "그간 배지 없는 당 대표 역할이 제한적이었지만 국회의원이 되면서 많이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예의 논란,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의 설전, 당 대표 징계 사건 등 그에게 따라 붙는 여러 꼬리표에도 불구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이준석이 한 번 국회의원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했던 그의 답변을 뒤로 하고 정치적 콤플렉스를 묻는 말에 그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저도 과거엔 정치를 도장 깨기처럼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언젠가는 국회의원을 해보고 그러다 당 대표가 되고 나중에는 대통령까지. 승진 욕구 비슷한 접근을 한 적이 있는데 요즘에는 많이 바뀌었고요. 오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국회의원도, 거대 정당 대표도 해보니 이제 제가 할 것은 하나가 남아있다는 생각 속에서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느냐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남들과 경쟁이 의미 없어졌어요."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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