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아웃 코리아' 생존기, 채상욱의 청년을 위한 부동산 조언

김서연 기자 2024. 6. 18.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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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서비스 아닌 투자 대상이 되어버린 부동산
부동산 불패신화의 시작은 '불안한 연금'
저출생 시대, 부동산 가격 키팩터는 공급 아닌 수요
오를 집이 아닌 '살고 싶은 집' 사는 나라로 가야…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한국 주택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 관점이 아닌 수요 관점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제공=커넥티드그라운드
통장을 로그인-로그아웃 하는 월급만으로는 '1인분'도 유지하기 힘든 경제 양극화 시대. 한국 사회에서 안락한 삶의 기반인 '내 집 마련'은 많은 이들에게 꿈처럼 먼 목표가 됐다.

청년 세대는 퇴근 후 투자 공부를 하고 수익률이 낮은 한국 주식시장을 넘어 해외 투자와 가상화폐마저 두드려야 한다. 주말에는 부동산 임장도 가야 하니 연애와 결혼을 미루게 된다. 출산은 더더욱 먼 이야기. 한국의 '피크아웃(Peak Out)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피크아웃은 경기가 고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 등을 묘사할 때 사용된다.

저출생과 노후 빈곤, 경제활동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저성장 시대에 피크아웃을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부동산 분석왕'으로 불리는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한국의 피크아웃이 불안한 연금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2010년대 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40%에 진입하며 한국은 노후 불안 사회가 도래했다. 청년과 노인이 양질의 일자리를 놓고 다퉈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다. 노후 대비의 불안으로 부동산 폭등을 향한 공포 투자가 시작됐다. 피크아웃은 한국 부동산의 '불패신화'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 센터' 영상 중 '서울의 2030이 결혼하지 않는 현실적 이유' 영상의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부동산, 공급 아닌 수요를 봐야할 때


채 대표는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을 놓고 "한국 역사에서 가장 기분 나쁜 상승장"이라고 평가했다. 자산 상승의 기대가 있는 수도권 중심의 준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지방은 전세와 매매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이다.

저출생 고착화로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해야 함에도 부동산 정책은 공급에만 집중되어 있다. 지난 1월 정부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쇼크를 우려해 1·10 대책을 내놓고 수도권에 약 12만가구 신규 물량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상승 원인은 '공급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게 채 대표의 진단이다. 금리 동향에 따른 대출 수요 변화와 소득 증가율, 자산시장 흐름 등을 통해 수요와 가격이 영향을 받는 것이지 공급은 현재의 시장 상황과 무관하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을 살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0.778명(2022년 기준)이 유지되면 2060~2070년대에는 주택가격이 40~50% 하락할 것이다. 지금은 거뜬해 보이는 서울 부동산 가격도 5년 후를 보장할 수 없다."


집을 사지 않아도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임차시장 만들어야


채 대표는 "전세대출 규제를 지속해서 완화하고 낮은 금리 상태가 이어지면서 임대차시장의 주거비가 급등해 주택가격 불안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집값 불안으로 주택 수요가 매매시장으로 몰리면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매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주거안정과 자산 증가다. 채 대표는 전세가 폭등을 막아야 매매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가 임대차계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에서 전세금 80%를 낮은 금리로 빌려주고 지원하는 것이 나쁜 제도의 시작"이라며 "수요 측면에서 전세대출을 억제하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세보다 매매의 후생에 장점이 큰 대출상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캐나다의 트리거레이트, 뉴질랜드의 키위세이버와 같이 주택 구매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주택금융상품이 국내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세는 정부기관이 보증해 시장을 부양하는 결과를 낳았다.

집을 보유하지 않았어도 주거안정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임대차시장의 월세 비중이 지금보다 더 확대돼야 한다. 그 대안으로 채 대표는 공공임대주택과 기업형 임대주택의 확대를 주장했다. 문제는 임대 수익률이 너무 낮다.

채 대표는 부동산 총자산 수익률이 서울 전세 기준 4.5~5.0%이고 매매가 두 배임을 지적했다. 임대시 수익률이 2%대인데 대출금리가 이보다 높으면 마이너스가 된다. 임대사업을 기피하는 이유다.


'사야 하는' 집이 아닌 '살고 싶은' 집… "새로운 도시계획 필요"


채 대표는 "숫자 뒤에 사람이 있지만 사람이 죽어도 집값만 높으면 되는 사회"라는 말에 공감했다. 한국 부동산은 단순한 수요-공급의 논리가 아니라 '베블런 효과'(가격이 올라도 과시욕과 허영심 등으로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가 우려된다는 것.

주택을 투자 대상이 아닌 주거서비스로 접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건축학도 출신답게 아파트 건축도 '사는 사람'을 위해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 세대가 살기 좋은 주거공간을 고민해야 한다. 아파트 내 커뮤니티 시설은 젊은 세대가 이용하는 피트니스 등이 텅 비고 사우나에 사람이 몰리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고령화의 길을 먼저 간 일본처럼 데이케어 센터와 시니어 커뮤니티 등이 더 많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할 것이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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