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효과 2조' APEC 정상회의, '제2의 잼버리' 안되려면?
제주, 다수의 국제회의 개최 경험·자연 환경이 최대 장점…컨벤션센터 추가 건립중
세계문화도시 강조한 경주…"회의장 간 이동거리 짧아 정상 경호 면에서 최상"
APEC 선정위원회, 이달 중순까지 개최지 결정…인천 vs 경주 vs 제주 승자는?
"정치적 논리보다 객관적 평가 우선돼야" 지적도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3층 국제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 주최로 인천과 경주, 제주 세 후보의 도시별 유치계획 발표가 진행된 날이었다.
발표는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팀별로 시간대를 나누고, 대기 장소도 별도 공간에 마련해 각 팀이 서로 마주치지 못하게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팀이 순서대로 회의장 안에 들어갔다. 발표시간 20분, 질의응답 10분 동안 송곳같은 평가와 질문들이 오갔다.
내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인천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 경상북도 경주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APEC 정상회의는 아태 지역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6천여 명이 모이는 연례회의로, 정상회의·관료회의·기업회의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 APEC 정상회의 개최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지난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이다.
정부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지원 도시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인천과 경주, 제주는 각각 역사와 환경 등 장점을 부각시켜 개최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천시는 정상회의 개최에 필요한 인프라를 모두 갖췄다는 점을 내세웠다.
먼저 상대적으로 공항에서 거리가 먼 경주, 제주와 달리 인천국제공항에서 20분 이내로 행사장까지 도착 가능한 접근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또한 컨벤션과 호텔 등 134개 회의장을 보유해 정상회의 필수시설을 충족한다고 자평했다.
송도컨벤시아에서 APEC 정상회의를 진행하면 정상회의장과 각료, 최종고위관리회의 전시장, 미디어센터까지 모두 한 지붕 아래 배치해 효율적인 회의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충분한 객실도 강점 중 하나다. 행사장까지 차량으로 30분 이내 스위트급 객실을 39개 보유하고 있고 8개 특급호텔에 분산 투숙이 가능해 최대 1만500실을 확보할 수 있어 회원국 정상급 대표단을 위한 충분한 시설을 담보할 수 있다.
인천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등 대형 행사를 개최한 경험도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은 경제협력체인 APEC 정상회의의 취지에 걸맞은 경제 도시이자 미래 지향적인 도시"라며 "서울·경기와 관광 등 연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풍부한 국제회의 개최 경험과 다채로운 자연·관광 자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문화유산을 두루 갖춘 국제자유도시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규모 회의장과 최고급 숙박 기반시설 외에도 최대 3만 명에 이르는 세계 각국 참가자들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회의와 함께 휴양과 관광을 즐기며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APEC 정상회의 유치로 제주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논의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경제 대도약과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주 회의장으로 4300석 규모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있고 내년 8월까지 6000석 규모의 제2국제컨벤션센터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세계문화유산 도시'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발리와 다낭 처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경주 유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2021년 민선 8기 출범부터 APEC 정상회의 유치 도전에 나선 경주시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를 주회의장으로 선정,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경호와 안보, 숙박, 회의·전시, 항공, 파급효과 등 정상회의 모든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반드시 정상회의를 유치해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롤모델로 승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모든 회의장이 3분 이내 거리에 배치돼 있어 짧은 이동 동선으로 정상회의 운영의 안전성과 편의성, 정상 경호의 안전성면에서도 최상"이라고 강조했다.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위해 영남권 국회의원 58명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경북 경주)은 17일 대구·경북 국회의원 27명 전원과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 31명 등 모두 58명이 서명한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 지지서명서'를 외교부 개최도시선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APEC 선정위원회는 오는 20일 회의를 열고 개최지 결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주 개최지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달 중순 전까지는 선정위원회에서 개최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위원들의 컨센서스(전원동의)를 목표로 하되, 이견이 클 경우 투표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 등 정치 논리보다는 객관적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최 도시의 인프라와 준비 상황 등을 판단해 경제협력체인 APEC 정상회의 취지에 맞는 곳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외교관은 "제일 중요한 것은 회의장과 숙소 등 개최 도시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천명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회의 특성상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21개국 정상을 수용할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 있어야 한다"며 "숙소 배정을 잘못하면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은 실제 회의를 잘 치를 수 있는 곳을 우선으로, 여러 여건들을 잘 고려해야 한다"며 "정치 논리를 앞세우다가는 자칫하면 '제2의 새만금 잼버리 사태'가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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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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