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쟁 공포 증폭, 서둘러 사람 뽑는 방산 업계
우크라 및 가자지구 사태가 국제 평화지수 떨어뜨려
주요 방산 기업들, 2022년 당시 공급 부족해 매출 놓쳐
올해 수만명대 신규 채용...방산 특수 노려
[파이낸셜뉴스] 이미 전쟁이 벌어진 동유럽과 중동뿐만 아니라 올해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요 방산업체들이 서둘러 사람을 뽑고 있다. 2022년 막대한 방산 수요에도 생산이 부족해 매출을 놓쳤던 기업들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감한 확장을 꾀하는 분위기다.
조사 결과 올해 97개국의 평화지수가 전년보다 떨어졌으며 이처럼 많은 국가의 상황이 동시에 나빠진 경우는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이었다. IEP는 2022년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난해 발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쟁이 평화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에서는 전체 36개국 가운데 23개국의 평화지수가 전년보다 내려갔다.
동시에 핵전쟁 공포는 증폭되고 있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올해 연감에서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전통적인 핵무기 강국들이 아닌 중국, 인도, 북한 같은 국가들이 핵무기를 늘리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SIPRI는 중국의 핵탄두가 올해 1월 시점에서 500기로 추정된다며 전년 동기대비 90기 늘었다고 분석했다. 500기 가운데 실전 배치된 탄두는 24기로 알려졌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는 50기로 1년 전보다 20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인도의 핵탄두도 164기에서 172기로 증가했다. 전 세계 핵탄두 숫자는 지난 1월 기준 1만2121기로 1년 전(1만2512기)보다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90%를 미국(5044기)과 러시아(5580기)가 가지고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미국과 유럽의 20개 중대형 방위·항공우주 기업의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수만명의 신규 채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 중 10개 기업의 올해 채용 예정 인원은 3만7000명으로 10개 기업 전체 직원의 10%에 달했다. 미국의 핵심 방산 기업인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채용 인원은 총 6000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각 방산기업들의 채용 직급은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다양하며 기술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이버보안 분석가, 용접공 등의 수요가 많았다. 유럽 항공우주방위산업협회(ASD)의 얀 피 사무국장은 최근 방산업계에서 "주문량이 이처럼 상당히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증가한 경우는 냉전 이후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항공·방위업체 레오나르도 관계자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에 비해 더 집중적으로 인력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는 올해 말까지 6000명을 신규 채용하고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8000∼1만명을 뽑을 계획이다. 노르웨이·핀란드 정부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범 유럽 탄약 업체 남모의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며 "2030년 말까지 회사 규모를 2배로 키우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남모의 직원은 2021년 2700명에서 2023년에 3100명으로 15% 늘었고, 현재 3250명이다. 독일 최대 무기 생산업체인 라인메탈은 14일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부품사 콘티넨탈에서 수백명을 데려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탈레스는 방위 부문에서 현재 직원 8만1000명의 약 11%인 9000명을 지난 3년간 채용했다고 밝혔다. 스톰 섀도 등을 제작하는 유럽 미사일 업체 MBDA는 올해 전체 인력의 17%에 달하는 약 26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에 참여하는 롤스로이스 방산 사업부, 밥콕 인터내셔널 등은 자체 기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영국 정부는 올해 들어 민간과 군의 핵 사업에 필요한 인력 수만 명을 훈련하기 위한 태스크 포스를 만들었다. 태스크 포스를 운영하는 핵기술 그룹 관계자는 "이런 움직임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2030년까지 핵 방위 분야에서 3만명 이상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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