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기류에 여 당권주자, 전대 불출마 이어지나
유승민·나경원·원희룡 등 결단 시간 다가와
친윤계 후보에 눈길…TK 당원 표 결집 변수
[서울=뉴시스] 이승재 최영서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등록일을 일주일 앞두고 당권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사그라들기는 커녕 대세론으로 굳혀질 분위기여서다. 일부 당권주자의 불출마 선언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전당대회 구도를 짜는 분위기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두 달여 만에 조기 복귀하는 셈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한 거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한동훈 대세론을 뒷받침하는건 압도적 지지율이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중은 59%에 달한다.
이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11%), 나경원 의원(10%), 안철수 의원(7%), 유승민 전 의원(6%) 순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한정하지 않고 전체 유권자로 따지면 유 전 의원(29%)이 한 전 위원장(27%)을 앞서지만, 당대표 경선에는 야권 성향 유권자를 배제하기 위한 역선택 방지 장치가 있어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하다.
이는 유 전 의원이 쉽사리 출마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유 전의원은 지속적으로 역선택 방지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 왔지만,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 전 의원은 뉴시스와 만나 현재 출마를 고민 중으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나 의원도 적절한 발표 시기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9년 당시 '조국 사태'를 소환하며 "보수는 기적의 후예라는 신념에 변함이 없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나 의원은 뉴시스에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원 전 장관 역시 판세를 흔들 수 있는 '잠룡' 가운데 한 명이다. 다만 그는 총선 이후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원 전 장관 측은 뉴시스에 "출마와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이외에 비윤(비윤석열)계 중진인 윤상현 의원과 소장파 30대 초선 김재섭 의원 등도 당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후보군에 속해 있던 안 의원은 전날 "대한민국을 위해 더 시급한 과제들에 집중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눈앞의 정치 쟁투, 당권투쟁, 권력의 사유화는 저 안철수의 정치적 소명이 아니다"며 "강한 자들과 나쁜 자들이 이기는 나쁜 세상을 끝내는 게 제 소명"이라고 했다.
또한 "'이대로'와 '졌잘싸'를 외치는 전당대회라면, 더 큰 실패의 지름길로 달려가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대세론'에 밀려 당권주자들이 선뜻 출마를 선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류도 읽힌다. 이러한 구도가 당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당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비윤(비윤석열)계 주자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설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후 윤 대통령의 만찬 요청을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게다가 해외 직구 금지 등 정부 정책 혼선에 쓴소리를 하는가 하면, 지구당 부활론을 펴며 원외 인사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행보를 보였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대표가 되려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고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법조문 몇 절 읽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소통하고 단합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다른 친윤계 의원은 "여당 대표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정부와 잘 협조해서 야당과 싸우는 것"이라며 "원내와 원외가 협력해서 정책을 잘 시행하고 부당한 야당의 주장이나 압력에 맞서 싸우는 게 여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부분 아닌가"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친윤계에서 후보를 내지 못할 바에야 특정 후보를 지원 사격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당대표 후보 대부분이 비윤계 인사이기 때문에 친윤 의원들의 지원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당대표 선출은 당원투표 80%와 일반여론조사 20%를 반영하게 되는데, TK(대구·경북) 주류 세력의 표 결집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거다. 이런 점에서 5선 중진인 김기현 의원이 "실패한 리더십은 안 된다"며 '한동훈 불가론'을 내세운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타이밍에 지난 총선의 패장을 다시 당대표로 세운다는 것에 대한 원론적인 반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무선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며 응답률은 1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young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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