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판해 온 ‘한국 사위’의 묵직한 한방… “당에 맹종 안 돼”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6. 18.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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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호건 前주지사, 상원 선거 출마
트럼프에 쓴소리 아끼지 않아 “투표 안할 것”
민주당 우세주서 압도적 경쟁력… 트럼프도 지지
당내 트럼프 맹종·지지자 영합 세태 경고
11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래리 호건 전 주지사. 그의 승리가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 여부에 결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11월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래리 호건(68)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17일 공개한 TV 광고에서 “강하고 독립적인 지도자만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당내 ‘줄서기’가 한창인 가운데,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비판적인 본인 소신을 앞세워 이번 선거를 치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004년 한국계 미국인 화가 유미씨와 결혼한 호건은 국내에 ‘한국 사위’로도 잘 알려져있다.

이날 공개된 30초짜리 캠페인 광고는 지난 13일 트럼프가 폭스뉴스에 “호건이 11월 선거에서 승리하길 바란다”며 사실상의 지지 선언을 한 이후 나온 호건의 첫 메시지라 주목을 받았다. 자신을 ‘레이건 보수주의자’라 표현하는 호건은 트럼프의 선거 결과 부정, 고립주의 노선, 극단적 언사 등에 대해 쓴소리를 해온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다. 지난 3월에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고, 지난달 30일 트럼프가 ‘성추문 돈 입막음’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았을 땐 “이 나라의 법과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해 매가 지지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호건에 쉽게 보복을 할 수 없는 건 호건이 대표적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민주당 우세지역)’인 메릴랜드에서 갖고 있는 정치적 입지와 위상 때문이다. 호건은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간 득표 격차가 30% 포인트가 넘었던 이 곳에서 두 차례(2015~2019년, 2019~2023년) 주지사를 지냈다. 공화당 출신이지만 11월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앤젤라 알소브룩스 후보를 상대로 1% 포인트 안팎의 접전을 벌이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이 51명(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4명 포함)인데 이런 구도를 뒤집고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기 위해선 호건이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럼프 입장에선 재집권 할 경우 상원 통제권을 갖느냐가 정권의 성공에 직결되기 때문에 호건의 반트럼프 노선에도 불구하고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17일 공개된 TV 광고에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유튜브

호건은 이날 “가끔은 정당에 대한 로열티는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Sometimes party loyalty demands too much”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명한 발언을 인용하며 “이게 워싱턴에 필요한건 바로 이런 자세”라고 했다. 본인의 부친인 래리 호건 시니어(1928~2017) 의원이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탄핵을 가장 먼저 요구하고,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진보 정부의 보건 정책인 ‘오바마 케어’에 찬성했던 사실을 소환하기도 했다. 트럼프라는 당내 절대 권력에 맹종하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강성 지지자들에만 영합하려는 당내 의원들의 세태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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