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북] 러시아 국방·에너지·우주 분야 수장도 평양행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방, 에너지, 우주 분야 수장들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다.
크렘린궁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18∼1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히고 수행단도 공개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은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부문 부총리,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동행한다고 밝혔다.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 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도 푸틴 대통령을 수행할 예정이다.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국방차관,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과 올레그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도 방북 명단에 포함됐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우주 분야 협력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벨로우소프 국방장관과 크리보루치코 국방차관, 보리소프 우주공사 사장이 방북단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필요한 포탄 등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제공받고 정찰위성을 비롯한 군사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러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에 가까운 수준의 군사 협력을 맺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포함한 군사 동맹은 우리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는 도발로 인식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세계 지정학적 상황과 양자 관계 수준을 반영한 새로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련 문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러 당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북러 정상회담 장소도 러시아의 우주 탐사 야망을 상징하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서 쌓은 실전 경험을 북한에 공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지난달 러시아 신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지난해 7월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을 기념해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난 바 있다.
보리소프 사장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 때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안가라, 소유스2 등 러시아 최신 로켓 기술에 관해 설명한 인물이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형제애'로 연결돼 있다면서 1945년 옛 소련이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 해방을 도왔고 1950∼1953년 한국전쟁에서 소련군이 북한군과 함께 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6·25 전쟁 당시 전사한 소련군을 추모하는 해방탑에 헌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로 정해진 기준 이상의 석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가운데 노박 부총리도 수행단에 이름을 올려 북러가 에너지 부문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은 철도 협력 강화 논의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6일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북한-러시아 간 여객열차가 러시아 국적 여행객을 태우고 4년여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날 북한을 여행하는 러시아 관광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북러간 여객 서비스와 철도 서비스가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포츠, 문화 분야 관계도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경제, 에너지, 교통, 농업, 지역 상호관계, 안보 현안, 국제 무대에서의 협력 현안 등 다양한 분야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4년 전인 2000년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일리야 클레바노프 군수담당 부총리, 이고리 세르게예프 국방장관 등 군 인사들이 수행단에 포함됐다.
또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북한과 국제문제 현안을 논의했고, 러-북 경제 공동위원장인 블라디미르 필리포프 교육부 장관이 북측과 임업, 수산, 철강 등 협력 사업을 모색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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