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제’ 빠진 부산·경남 행정통합…넘어야 할 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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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어제 부산시청에서 만나 양 시도 행정통합 의지를 재확인했다.
부산·경남이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69.4%를 차지했다.
부산·경남연구원이 공동 연구중인 행정통합안은 이런 불안감을 잠재우는 해법을 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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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제 수준 자치권과 민심은 변수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어제 부산시청에서 만나 양 시도 행정통합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단체장이 서명한 ‘미래 도약과 상생 발전을 위한 공동합의문’에는 오는 9월까지 행정통합안 마련과 공론화위원회 출범을 거쳐 내년 상반기 여론조사 한다는 로드맵이 담겼다. 2026년 통합을 선언한 대구·경북(TK)과 달리 구체적인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박 시장은 “시·도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강조했다. 박 지사도 “행정통합은 서둘러서 될 사안이 아니다”며 ‘속도론’에 제동을 걸었다. 내실 있는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인데, 민선 8기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날 두 단체장은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권 확보’를 행정통합의 전제로 제시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지방재정권을 통합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현재 7 대 3도 안되는 국비와 지방비의 세원 비율을 5 대 5 또는 6 대 4로 개편하자는 요구는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1995년부터 줄곧 제기됐다. 문제는 지방재정권을 확대하려면 헌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데, 국회는 물론 기획재정부 반대를 넘기가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마련한 ‘연방제 수준의 분권’을 담은 개헌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통합을 추진 중인 TK나 충청·호남권도 부산·경남처럼 자치권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앙정부와 국회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행정통합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행정통합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반대 여론도 넘어야 할 난제다. 부산·경남이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69.4%를 차지했다. 행정통합 찬성은 35.6%로 반대(45.6%)보다 적었다. 내년 여론조사에서 긍정 여론이 높게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단체장의 ‘진정성’이다. 출범을 앞뒀던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는 박 지사가 반대해 좌초했다. 2022년부터 추진된 행정통합 역시 별 진전이 없다. 이날 두 단체장이 행정통합 시기를 못 박지 않자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구심을 풀려면 부산·경남이 분권 개헌 또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한 몸으로 뛰는 수밖에 없다.
이날 박 시장과 박 지사는 신산업 육성과 맑은 물 공급 협력에도 의견을 모았다. 할 수 있는 일부터 손을 맞잡고 성과를 내야 ‘한 지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일 수 있다. TK에선 “통합되면 인구·산업·경제가 대구권으로 몰려 중소도시 소멸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부산·경남연구원이 공동 연구중인 행정통합안은 이런 불안감을 잠재우는 해법을 담길 바란다. 메가시티든, 행정통합이든 모두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려는 몸부림이다. 부산·경남이 다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한다면 행정 신뢰도는 땅에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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