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 물밑 접촉, 韓日간 신뢰 중시하며 진행시키는 게 기본”
“한일, 국민끼린 사이 매우 우호적… 정치가 양국관계 걸림돌 돼선 안돼
자민당 정권 국제적 조류서 뒤처져… 한중일 정상회의 정례화 절실”
“자민당 정권은 낡은 가치관으로 국제적 조류에서 뒤처져 있다. 새로운 정권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힘을 쏟겠다.”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泉健太·50) 대표는 14일 일본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력에 의한 정권교체를 원하는 목소리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이즈미 대표는 “좋은 교류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가며 관계를 다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헌민주당의 전신 격인 민주당은 2009년 집권해 2012년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이후 제1야당이라는 정치적 입지에도 자민당 1당 독주 체제에 줄곧 존재감이 약했다. 하지만 17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지금 투표한다면 어느 당을 지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19%가 입헌민주당을 선택해 자민당(24%)을 5%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이즈미 대표는 19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자민당 총재)와 여야 일대일 국회 당수(黨首) 토론에 나서며 정면승부를 벌인다. 일본 국회의 여야 당수토론은 3년 만이다.
―현 자민당 정권을 평가한다면….
“(자민당 파벌) 비자금 문제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분노가 쌓였다. 또 자민당은 인구 감소, 지방 쇠퇴 등 현안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일본 국민은 자민당 내에서의 정권 교체(총리 교체)가 아니라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의 정권 교체를 원한다.”
―7월 7일 일본 최대 지방선거인 도쿄도지사 선거가 치러진다.
“확실한 여야 대결이면서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싸움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지난 8년간 자민당에 편입돼 버렸다. 도쿄 예산 낭비와 정체된 도정에 메스를 대겠다는 게 렌호(蓮舫)다. 향후 중앙정치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렌호를 응원하겠다.”
―기시다 정권 지지율 하락에도 입헌민주당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게 현실이다.
“일본에서는 지지 정당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의사 표시도 잘 하지 않는다. 정당 지지율은 뒤로 따라온다. 선거에서 이기면 정당 지지율이 오르는 게 요즘 추세다.”
―솔직히 언제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가.
“차기 총선에서다. (현 국회 임기 만료는) 내년이지만, 어쩌면 곧 (해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민당 총재가 바뀌면 다시 여당 지지율이 오를 수 있는데?) 지금까지 자민당이 반복해 온 수법이다. 자민당 총재로 누가 취임하든 입헌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 자민당 정권을 바꿔 일본을 차세대형으로 모델 체인지하겠다. 다문화 공생 정책을 추진해 외국인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 화석 연료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도 재검토하겠다.”
―일본이 안보정책을 바꾸며 ‘전쟁하는 나라’로 탈바꿈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다.
“절대로 전쟁하지 않고 평화를 지키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이뤄내겠다는 게 우리의 자세다. 동아시아 안정을 위해 한미일 간 안보 연계를 추진하고 최근 개최한 한중일 정상회의도 정례화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일본 외교 안보의 근본인 미일 안보 조약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평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안팎으로 호소하겠다.”
―최근 일본과 북한이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일본 납북자 문제 해결에 한국 당국, 시민단체가 지원해 줘 감사하다. 한일 간 신뢰 관계, 의사소통을 소중히 하면서 일본-북한 관계를 진행해 나가는 게 기본이다. (다만) 북한과는 지금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미리 하나하나 (한국에) 전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일 관계에 관한 생각은….
“일본도 한국도 각각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싶다. 국민끼리는 매우 사이가 좋고 상호 이해가 진행됐다. 정치가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슬픈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슬픈 역사가 있었기에 좋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싶다.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으로 가겠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3월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해결책 제시 이후 일본의 대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여론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외교당국 합의에 반발하는 사람도 양국에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일 방위교류 재개를 두고 한국이 (2019년 일본 자위대에 대한) 레이더 조사(照射·쏴 비춤)에 대해 충분한 해결책을 내지 않았고, 무엇을 반성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다. 모두 납득시키려 따져가면 뭐 하나 정리되는 게 없을 것이다. 서로 만점이 아니더라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지.
“(초선 의원 시절인) 2004년 후쿠오카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새마을호로 서울을 방문했다. 이후에 종종 갔다가 당 대표를 맡은 뒤에는 못 갔다. 작년에 나를 빼고 아내, 아들 하나, 딸 둘 등 온 가족이 서울에 여행을 가서 과자, 마스크팩을 잔뜩 사 왔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은 중학교 때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웠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방한 때 딸이 한국어로 말하는 걸 찍은 동영상을 보여 드렸더니 대통령이 좋아했다. 별처럼 많고 좋은 추억이 있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 국가다. 음악 시장은 일본 이상으로 세계에 진출했고 영어 교육도 일본보다 잘 가르친다. 이미 두 나라는 활발히 교류하고 있지만, 미래를 향해 좋은 교류 사례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가고 싶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 |
1974년 삿포로 출생. 리츠메이칸대 법학부 졸업 후 국회의원 비서를 거쳐 2003년 교토에서 중의원(하원)으로 처음 당선됐다. 7선 의원. 2021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입헌민주당은 일본 중의원 465석 중 98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다. |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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