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라이즈체계, 지역-대학 상생인가 동상이몽인가
시스템이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존재하는 집합체다. 시스템에는 규칙과 질서가 있고 구성원의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시스템은 역사가 만든 산물이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시스템 개혁은 쉽지 않다.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제도, 관계, 행동양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질서를 바꾸면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따르고 갈등과 분란이 생길 수도 있다. 개혁 초기에는 혼란이 불가피한데 반개혁 세력이 꼬투리 잡기 딱 좋다. 많은 공무원이 위험을 감수하고 시스템 개혁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시스템을 바꿔도 문제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 구성원이 개혁의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하지 않으면 화려한 말잔치만 난무할 뿐 실제 변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식당이 신(新)메뉴 개발이나 음식의 품질은 놔두고 메뉴판만 슬쩍 바꿀 때 소비자 혼란에 인쇄비용까지 포함된 '메뉴비용'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시스템의 겉포장을 바꿔도 내적 변화가 따르지 않으면 혁신은커녕 새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개혁비용'만 남는다.
지난해 교육부는 '라이즈(RISE)체계'로 불리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를 도입했다. 핵심은 교육부가 관장한 대학에 대한 행·재정권한의 상당부분을 지자체에 넘기는 것이다. 대학과 지역이 협력해서 상생하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과거에는 교육부 주도로 사업을 만들고 대학끼리 경쟁시켜 사업수행 대학을 선정했다. 대학의 눈은 교육부 공무원의 입에 쏠리게 마련이다. 지역발전과 지역문제 해결은 뒷전일 수 있다. 하지만 '돈줄'을 지자체에 넘긴 라이즈체계에서 대학은 지자체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지역민의 평생학습을 지원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 지역기업과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문제해결에도 나서야 한다.
라이즈 시스템 혁신은 성공할 것인가.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 라이즈 목표에 대한 대학과 지자체의 이해가 다르다. 지자체는 '지역발전을 위한 대학의 역할'에 방점을 두지만 대학들은 '대학을 살리는 지역'에 기대를 건다. 지자체는 지역소멸을 막는 지산학(地産學) 협력 프로젝트로 라이즈를 바라보지만 대학은 생존 위기에 처한 대학을 지역이 살리고 지역도 발전하는 시나리오를 그린다.
대학의 교육혁신, 학생지원, 특성화 발전을 지원하는 예산이 선출직 단체장의 공약사업이나 정치적 치적을 위해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래를 위한 예산을 현재의 정치권력을 위해 쓰는 것은 퇴행이다. 교육부는 엄격한 견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중견인력을 길러내는 전문대가 소외된다는 걱정도 있다. 덩치 큰 4년제 대학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약하고 지자체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지역에 정주할 인재양성이 목표라면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전문대만큼 중요한 기관이 없다. 4년제대학과 전문대, 폴리텍대학까지 포괄하는 라이즈 설계가 요청된다.
많은 지역이 '라이즈센터'로 '테크노파크' 같은 경제·산업 전문기관을 지정했다. 라이즈체계를 산업인력 양성프로그램 정도로 인식할 수 있다. 그들의 안목, 비전, 고등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길러주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상명하복 업무체계가 작동하는 관료조직이다. 대학은 고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진 사람들이 '느슨하게 연결된' 지식인 조직이다. 두 조직은 추구하는 가치, 조직문화, 일처리 방식이 다르다. 라이즈가 성공하려면 협업이 필수다. 이를 끌어내는 것은 '신뢰자본'이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서 피어난다.
지자체와 대학은 협업경험이 많지 않다. 지금 서로 알아가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단계다. 대학과 지자체가 모두 공감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서로 협력해서 실천하는 '협치(協治)역량'을 키울 때 라이즈 혁신이 성공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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