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핵심 기술 北 이전은 레드라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19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2000년 7월 방북 이후 24년 만이다. 러시아 해외 정보기관인 대외정보국(SVR)의 세르게이 나리시킨 국장은 17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 방북에 대해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며 “잘 준비됐고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푸틴 방북 관련해 “북러 군사협력 심화는 누구나 중대하게 우려할 흐름”이라고 밝혔다.
이날 북·러 간 군사·안보 밀착을 우려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외신 인터뷰도 공개됐다. 신 장관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 로켓에 러시아 기술이 이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장관은 북한이 지난달 27일 발사에 실패한 2차 정찰위성에 대해 “정확히 러시아의 최신 엔진 기술이 사용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 장관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핵·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 이전은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심야에 군사 정찰위성을 쏘아 올렸으나 발사 2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실패 사실을 공개하면서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등유발동기(엔진)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했다. 북한이 액체산소 연료와 석유를 활용한 엔진 체계를 도입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신 장관은 “‘액체산소와 석유발동기’인데 이건 러시아의 엔진 추진 기술”이라며 “북한 기술과 러시아 기술이 혼합 후 아직 안정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신 장관은 북·러 군사 협력과 관련해 “핵·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 이전은 레드라인이 될 수 있겠으나 한미가 협의하고 공동으로 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핵잠수함 등과 관련한 기술 이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 보유국으로서의 독보적 지위를 중시하는 러시아가 관련 기술 이전에는 신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군용기 추적 사이트엔 미국의 탄도미사일 추적 정찰기인 코브라볼(RC-135S)이 푸틴 방북이 임박한 14~16일 사흘 연속 북·러 인근 동해상에 출격한 동향이 포착됐다.
김정은은 2019년 미국과 ‘하노이 노딜’ 이후 푸틴과 첫 정상회담을 한 뒤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일관되게 러시아에 대한 전폭적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작년 9월 푸틴과 2차 정상회담 때 북·러 관계가 “우리 대외 관계의 제1 순위”라고 했다. 양국은 이번 달 3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올해 1월 외무장관 회담을 시작으로 3월엔 이례적으로 정보기관장 회담까지 진행했다. 이어 경제·농업·산업·교육·보건 담당 등 전방위적인 고위급 인사 교류가 이뤄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6일(현지 시각) 러시아와 달리 중국이 북한과 거리 두기에 나선 점을 언급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당초 지난달 베이징 방문 직후 평양을 방문하고자 했으나 중국이 기다리라고 했다고 한다”며 “(북·중·러 관계는) 지저분한 삼각관계에 가깝다”고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푸틴 방북으로 한·러 관계 악화를 차단하고 러·북 밀착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최근 정세는 북한이 기대하는 ‘중·러·북 밀착’과는 다른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18일 서울에서 한ㆍ중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인 ‘한ㆍ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린다고 이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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