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잉씨배 우승에 내 모든 것을 걸 각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평생 한(恨)으로 남을 것 같아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우승에 도전하렵니다.” 제10회 잉씨배를 앞둔 박정환(31) 9단의 출사표다.
박정환은 현재 란커배·LG배·춘란배 및 잉씨배에 올라가 있다. 진행 중인 4개 메이저 기전에 모두 ‘생존’ 중인 기사는 박정환이 유일하다. 신진서, 변상일, 커제, 딩하오, 구쯔하오, 리쉬안하오 등 세계 톱스타들도 2~3개 진출에 머물고 있다.
박정환은 왜 ‘4관왕’ 아닌 잉씨배 제패를 목표로 잡았을까. 최고 우승 상금(40만달러)이 탐나서일까.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날을 돌아보면 박정환이 잉씨배에 집착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박정환은 7회(2013년)와 8회(2016년) 잉씨배에서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의 뒤를 잇지 못한 채 신진서에게 넘어갔다. 한국 1인자 계보에서 잉씨배 우승이 없는 기사는 이세돌과 박정환뿐이다.
두 차례 준우승의 내용 또한 크게 아쉬웠다. 7회 대회 결승에선 17세 3단이던 판팅위에게 1대3으로 패했다. 2016년 열린 8회 대회 때의 아픔은 더했다. 탕웨이싱과 1대1에서 3국을 이겼지만 4·5국을 패했다. 특히 5국은 필승의 형세를 그르친 통한의 일국이었다.
박정환은 지금까지 후지쓰배(2011), LG배(2015), 몽백합배(2018), 춘란배(2019), 삼성화재배(2021) 등 메이저 무대에서 총 5회 우승했다. 준우승은 세 차례 겪었는데 그중 두 번이 잉씨배다. 그가 잉씨배 3수(修)를 벼르는 배경엔 이런 한(恨)들이 응축돼 있다.
한국 랭킹 2위 박정환의 올해 페이스는 ‘맑음’이다. 메이저 국제대회서 8연승(예선 2승 포함) 중이다. 17일 현재 43승 12패로 다승 1위, 승률 3위에 올라있다. 랭킹 점수는 15개월 만에 1만점을 재돌파했다. 올해 획득한 추가점이 115점으로, 1위 신진서(3점)와 3위 변상일(15점)의 상승 폭을 압도한다.
“지난해 한 번 체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적이 있는데 요즘엔 힘들지 않다”고 했다. 컨디션 관리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온 덕분이다. 헬스 개인 트레이닝(PT)을 시작한 지 1년쯤 된다. 지난달엔 필라테스도 등록했다.
잉씨배 정복을 위해 리지(Lizzie) YZY란 이름의 AI(인공지능)를 구입, 복기 등 다양하게 활용 중이다. “AI 수법을 이해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특히 바둑판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이번 잉씨배는 내달 2~4일 상하이에서 16강전으로 시작해 4강까지 추린 뒤 닝보로 이동, 6~9일 준결승 3번기를 거행한다. 결승은 8월(1~2국)과 10월(3~5국) 열린다.
“28강전서 일본 여자 기사 우에노(23) 5단에게 죽다가 살아났다. 부담감이 컸던 데다 착각도 나오고 시간 벌점(罰點) 규정을 이용해 천신만고 끝에 반집을 이겼다. 그 고비를 넘긴 뒤 우승 욕심이 더 강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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