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을 찌른 오르반의 43세 제자… 헝가리를 뒤집다

류재민 기자 2024. 6. 1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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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람] ‘존경과 자유’ 당수 마자르 페테르
1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신생 정당 '존경과 자유'의 당수 페테르 마자르가 성공적인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확인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9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선 유럽 각국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했지만, 동유럽 헝가리에서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유럽의 스트롱맨’이라고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 여당 피데스가 1당 자리를 지켰지만, 과거만큼 압도적인 표를 얻지 못한 것이다. 여당 의석은 2019년 52%(13석)에서 44%(11석)로 줄어든 상태다.

현지 언론들은 오르반 총리가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로 40대 샛별 정치인 마자르 페테르(43)를 꼽는다. 올해 초만 해도 정치 무명에 가까웠던 마자르는 정치 도전 선언 후 불과 넉 달 만에 유럽의회 선거에서 31%(7석)를 득표, 2021년 창당 당시만 해도 존재감이 없었던 ‘존경과 자유(TISZA)’를 단숨에 2위로 이끌었다.그는 유럽의회 투표 후 “오늘은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날이자, 오르반 권력 공장의 종말이 시작된 날”이라고 했다.

마자르는 본래 여당 피데스의 ‘이너 서클(inner circle·소수 핵심 그룹)’ 출신 엘리트였다. 그의 ‘깜짝’ 선전이 더 주목받는 이유다. 유명 법조인 집안 출신 변호사 마자르는 오르반이 집권하기 전부터 당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선 헝가리 외교관으로 10년가량 일하며 ‘EU통’으로 활약했다. 그간 선거 전면전엔 뛰어들지 않았지만, 정부에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는 ‘인사이더(내부자)’ 역할을 해왔다는 분석이다.

마자르가 오르반에게 반기를 든 건, 지난 2월 ‘아동 성범죄자 사면 논란’이 터지면서부터다.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해 유죄판결을 받은 고아원 부원장을 대통령이 비밀리에 사면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때 마자르는 자신의 이혼한 전처(前妻)인 버르거 유디트 당시 법무부 장관이 문제의 ‘사면 거래’에 연루됐다고 폭로, 권력형 비리의 진실을 밝힌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이 사건으로 노바크 커털린 대통령과 버르거 전 장관은 물러났다.

마자르는 이후 유럽의회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중도 우파 성향 신당 ‘존경과 자유’에 입당했다. “좌파도 우파도 아닌 그저 헝가리인”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부패 척결·독재 타도 같은 메시지를 앞세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가 선거 유세에 나설 땐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노쇠한 오르반 총리와 대조되는 ‘이미지 메이킹’도 인기에 한몫했다. 그는 청바지에 흰 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나와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강조했다. 외신들은 이런 마자르가 대중에게 15년을 집권한 오르반의 ‘철권 통치’를 바꿀 주인공으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마자르의 등장은 EU에 남은 몇 안 되는 친(親)러시아 세력이었던 헝가리와 오르반의 변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동안 오르반 총리는 EU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사사건건 반대하며 어깃장을 놓았다.

오르반의 ‘철권 통치’가 붕괴되기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24 방송은 “2026년 (헝가리) 대선까지는 긴 마라톤이 기다리고 있고, 오르반은 절대 쉽게 지는 타입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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