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토끼굴에 빠진 아이들
사춘기는 외모의 변화와 외부의 시선에 민감한 시기다. 때로 그 관심이 과해서 자신을 해치기도 한다. 최근 온라인을 타고 10대들 사이에서 ‘물 단식 다이어트’가 유행이라고 한다. 끼니를 끊고 (소량의 소금을 섭취하면서) 물만 마실 것을 권유하는 영상을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각종 영상 플랫폼에는 ‘물 다이어트 성공’ ‘물 다이어트 방법’ 등의 제목을 건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들이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필자 역시 고등학교 시절 깡마른 몸매에 딱 붙는 교복마저 헐렁해보일 정도로 가냘픈 몸을 갖고 싶다는 충동에 종종 저녁도 거르고 자습실에서 잠만 잤던 기억이 있다.
문제는 메시지가 전파되는 방식이 달라진 점이다. 과거와 달리 ‘화면’이 메시지를 극단적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증폭기’ 역할을 하고 있다. 살을 빼고 싶은 10대 아이들이 물 단식 다이어트 콘텐츠 서너개에 노출됐을 때, 만약 사용자가 관심을 보이면 플랫폼은 비슷한 콘텐츠를 추가로 추천한다. 화면을 들여다보는 그 잠시 동안 아이들에겐 온 세상이 ‘물 단식 다이어트’가 되는 순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빠져드는 것을 ‘토끼굴’(rabbit hole)이라고 부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져들어 기이한 체험을 하는 것처럼 하나의 강렬한 콘텐츠가 추천 알고리즘과 결합해 빠져나오기 어려운 굴레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 미디어가 문제를 부채질하는 강력한 원인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강렬한 자극이 사춘기 아이들에게 극단적 다이어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해부터 유튜브는 10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알고리즘을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청소년이 반복 시청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츠의 범위를 정해 시스템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는 신체 특징을 비교하거나 이상화하는 영상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화면’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그 화면이 사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극단화된 편견과 왜곡된 신념에 흔들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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