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인 아닌 노인 400만, 43년 된 연령 기준 이제 바꿔야

조선일보 2024. 6. 1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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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을 주는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올해 안에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 20%가량이 65세가 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통계청 인구 추계로는 2050년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돌파한다고 한다. 복지 의존 인구가 이렇게 늘어나면 국가 재정이 견뎌낼 수 없다.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불가피하다.

지금의 노인 연령 기준은 사회 상황과도 맞지 않다. 노인 기준이 65세가 된 것은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 우대 조항부터다. 이를 계기로 기초 연금, 버스·지하철 무임승차 등 여러 복지 혜택이 이 기준에 맞춰져 왔다. 하지만 법 제정 당시 한국인 기대 수명은 66세 정도였는데 지금은 82.7세다. 과거엔 60세만 넘어도 노인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70세가 돼도 노인으로 분류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 절반 이상(52%)이 노년이 시작되는 나이를 70세로 봤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65~70세인 400여만 국민은 ‘노인 아닌 노인’인 셈이다. 43년 된 노인 기준을 유지하는 자체가 비합리적이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39.3%)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급격하게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면 반발이 생길 수 있다.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60세 정년 이후 10년간 기초 연금이나 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년 연장도 함께 논의해야 하는데 기존 임금 체계를 함께 바꿔야 한다. 정년을 늘릴 경우 청년 일자리가 줄어 ‘세대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설계를 잘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흐지부지된 것도 이런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빨라지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이미 늦었다. 노인 연령 기준은 대한노인회도 2015년 상향 조정을 제안한 바 있다. 2년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5년부터 10년마다 노인 연령을 1년씩 높이자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정치 문제가 아니니 사회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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