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가 산을 오르는 이유

이건원 2024. 6. 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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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강릉 제왕산을 경유해 선자령을 올랐다.

왜 이렇게 힘든 산을 홀로 오르는지 자문자답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대관령 맥을 따라 동쪽으로 얼마쯤 가면 제왕산이 있다.

정상에서 보면 나무 사이로 동해바다와 경포호가 아련히 보이고, 건너편에 신선이 아들과 놀다 갔다는 전설의 산 선자령에는 풍력발전기가 쉼 없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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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강릉 제왕산을 경유해 선자령을 올랐다. 왜 이렇게 힘든 산을 홀로 오르는지 자문자답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이 뚜렷할수록 의욕이 솟구친다. 산에 오를 때 크게 외치는 세 가지가 있다. ‘행복하다’, ‘할 수 있다’, ‘건강하다’를 각 3회 외치고 나면 힘든 줄 모른다. 30도 안팎의 무더위에도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산을 오르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다. 첫째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둘째는 시원한 공기를 맘껏 마시는 것, 셋째는 계곡의 낙수 소리와 이름 모를 새 소리에 매료된다는 것이다. 또 체력을 재확인 할 수 있고, 건강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아름드리 노송이 우람하게 자란 것을 보며 멋있다고 느끼다가도 호된 풍파에 견딘 두꺼운 껍질을 보면서는 내 느슨한 생활에 대한 긍정적 자극을 받게 된다.

이름 모를 나무들의 뿌리가 얽힌 것을 볼 때는 멋있는 나무를 만든 가장 큰 유공자는 보이지 않는 뿌리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적 드문 정상에 오르면 앙상한 고사목이 많다. 바람에 파여 속 뼈만 남은 것을 보면 오랜 세월에 숱한 고초를 얼마나 당했을까 하는 생각에 연민의 정까지 든다.

대관령 맥을 따라 동쪽으로 얼마쯤 가면 제왕산이 있다. 밥그릇 엎어 놓은듯한 이 산의 높이는 841m. 고려 32대 우왕이 잠시 피난했다 하여 임금 제(帝)를 썼는데, 깨어진 기왓장들이 옛 모습을 회상케 한다. 아래 상제민원계곡이란 골짜기가 그림같이 누워 있어 어느 산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절경이다.

정상에서 보면 나무 사이로 동해바다와 경포호가 아련히 보이고, 건너편에 신선이 아들과 놀다 갔다는 전설의 산 선자령에는 풍력발전기가 쉼 없이 돌아간다.

이름 모를 새들이 노래를 목 쉬도록 부르니 뜻은 몰라도 귀가 즐겁다. 나만의 유별난 3창을 외쳤으니 잡다한 인간사를 몇 시간이라도 살짝 잊고, 자연과 벗한 하루가 추억이 되는 것이 행복한 삶 아니겠는가. 이건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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