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8일 방북…러 “北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준비”
이번 방북 관련 북-러 간 주요 현안들을 두고 우리 정부는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미묘하게 엇갈린 양국 정상의 셈법을 주시하고 있다. 북-러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전례 없는 수위로 밀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 지원 등 양국 간 핵심 사안들을 두고선 서로 요구하는 부분이나 인식에서 엇갈리는 부분도 적지 않다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과 푸틴은 일단 최대한 각자 방북 결과에 자신의 입장을 더 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러한 차이가 만남에서 어떻게 정리되고 절충되느냐에 따라 향후 북-러 관계의 그림까지 확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 “푸틴, 진보된 군사 기술 이전 가능성 작아”
일단 두 정상이 이번 만남에서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을 비중 있게 논의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감사를 표시하든, 김 위원장이 과시하듯 얘기하든 무기 지원은 대화 첫머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추가 무기 지원을 요구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무기 계약을 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17일(현지 시간) 보도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우크라이나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북한에 결정적인 포탄이나 군사적 물품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에 “북한 방문에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며 “이 방문은 잘 조직됐으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24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무기 지원에 대한 확실한 반대급부를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북한은 첨단 군사기술 리스트를 보여 준 뒤, 최대한 많은 체크 사인을 받아내는 게 이번 회담의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푸틴 대통령에게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어 주고 ‘황제 의전’을 제공하는 것도 선물 보따리를 풀라고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미국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위해 김 위원장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핵추진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이다. 다만 “북한의 무기 지원에 대해 신세를 갚아야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런 민감한 첨단무기 기술까지 그 대가로 선뜻 내주기엔 부담이 크다”는 게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신 장관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가장 진보된 군사 기술을 (북한에) 이전할지는 불확실하고 가능성도 매우 작다”고 했다.
신 장관은 지난달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선 “러시아가 북한에 새로운 로켓 엔진 기술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 만큼 러시아는 이번엔 군사정찰위성 엔진 기술이나 엔진 자체를 추가 제공하는 선에서 일단 절충하려고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러시아 측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민감사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아주 민감한 기술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필요로 하는 군사기술을 어느 수준에서는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北 도울수록 서방, 러시아 약체로 볼 것”
푸틴 대통령은 첨단 군사기술이란 최고의 카드를 북한에 선뜻 내주면 역설적으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잃어버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이나 한국과의 관계도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가 이번에 북한을 많이 도우면 도울수록 서방은 러시아를 약체로 보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전 무기 지원 등에서 도움 받은 게 많다는 걸 증명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을 한 바 있다”고 밝혀 무기 기술 이전 등에 대한 ‘레드 라인’을 두고 한-러 간 어떤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과거 북한-소련의 동맹조약 수준에 근접하는 새 조약을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이에 대한 북-러 간 미묘한 인식 차도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은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포함시키는 등 최대한 수위를 높이려고 하겠지만 러시아는 조약 실행에 복잡한 절차 등 전제조건을 붙여 수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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