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83] 삶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
정신 사회적 건강은 익숙한 내용인 데 반해 ‘영성’은 전통적으로 종교 영역이지 의학 연구 대상으로는 좀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부터 건강의 한 요소로 영적 건강의 중요성에 관한 주장은 있어 왔다. 정신 건강이 불안 같은 감정적 문제나 기억력 저하 같은 인지 기능 영역이라면 사회적 건강은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등 의미 있는 관계 형성 능력을 이야기한다 영적 건강은 보통 삶의 의미 느끼기나, 자신보다 큰 무언가와 연결된 느낌으로 정의한다.
유럽, 미국 등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줄고 있는 나라가 적지 않다. 우리도 한 통계를 보면 무종교인이란 답이 60%에 이른다. Z세대라 할 수 있는 20대는 78%에 이른다. 개인이 규율보다는 자유를 추구하고, 지식과 사회적 관계 등을 종교 외 영역에서 충족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탈종교 현상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 이유였는데 지금은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한 종교학 서적에서 SNBR(Spiritual but not Religious)이란 용어를 보았다. ‘영성에 관심이 있지만 종교인은 아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종교 활동은 안 하지만 영성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Z세대에서도 영적 건강엔 관심이 많고, 영적 건강이 다른 세대에 비해 더 떨어진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는 조사 통계도 있다.
신체, 심리, 사회, 그리고 영적 건강은 서로 영향을 준다. 앞에 언급한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영적 건강이 좋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신체 건강과 사회적 건강은 2배 정도, 심리 건강은 4배 정도 높은 확률로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심리적 건강이 좋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삶의 의미가 부족하다고 응답할 가능성은 3배 정도 높았다.
상담 시 종교 활동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종교 활동 참여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기도 하는데, 정신과 의사로서 ‘나를 따뜻하게 사랑해 주는 절대자와 연결된 느낌, 즉 건강한 영성’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한다.
‘의미 치료’ 이론에 따르면 영적 건강의 중요한 요소인 삶의 의미는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때, 자연과 문화와 연결되어 그 안에서 진리나 아름다움을 느낄 때, 관계에서 사랑을 느낄 때,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서도 긍정적 관점을 유지할 때 강해진다. 집요하게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보다 때론 한발 물러서 내 삶을 둘러보는 여유를 가질 때 역설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것에서 내 삶의 의미가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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