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조사 거부' 노조 과태료 제동에…고용부 "정당성 피력"(종합)

강지은 기자 2024. 6. 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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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지난해 회계장부 비치 현장조사 거부에 과태료 부과
민주노총, 처분 불복해 이의제기…법원, 민주노총 승소 판결
"정부 권한 행사 최소한에 그쳐야…직접 조사시 자주성 훼손"
고용부 "노조 자주성 침해 아냐…정당성, 법원 판단 구할 것"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해 4월21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입구에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하기 위해 한상진 대변인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에게 출입을 요청하고 있다. 2023.04.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고홍주 기자 =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회계장부 비치 여부 조사에 불응한 노동조합을 상대로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1심 법원은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가 '노조 자주성 침해'는 아니며 정식재판 과정에서 정당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7단독 서영효 판사는 지난 10일 고용부가 민주노총과 언론노조, 전국교수노조, 전국대리운전노조에 부과한 과태료 이의제기 사건에서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고용부는 지난해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인 334개 노조(최종 319곳)를 대상으로 2월15일까지 회계장부 비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자율점검 결과서와 증빙자료(표지 및 속지 각각 1장)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그 소속 노조 36곳,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본부와 소속 3개 노조 및 미가맹 노조 1곳 등 42곳이 끝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현장조사에 나섰다.

노조들은 "자주성 침해"라고 주장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거부했고, 이에 고용부는 같은 해 4월7일 이들을 대상으로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민주노총은 과태료 부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고용부는 이를 관할 법원인 중앙지법에 과태료 재판을 해달라고 통보했다.

서 판사는 '노조 자주성 침해'에 해당한다며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줬다.

서 판사는 "노조에 대해 정부 내지 행정관청이 비록 감독권을 행사할 경우에 직면하더라도, 그러한 권한의 행사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노조의 자주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려는 행위는 그것이 어떠한 형태를 갖추더라도 쉽사리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현행 노동조합법에 의하면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노조는 그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할 의무만을 부담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역시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다"며 "행정관청이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22조 제2항을 이유로 노조 사무실에의 출입 및 직접 조사·검사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노조법의 연혁 경위 및 현행 노조법 근본 취지에도 반할 뿐 아니라,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노조의 자주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훼손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6월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개혁에 따른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조법 시행령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6.15. kmx1105@newsis.com

특히 "위반자(민주노총)는 고용부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라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작성·비치를 확인해줄 서류 및 그 사진촬영 자료를 제출했다"며 "비록 일부가 누락돼 있기는 하지만, 제출자료에 비춰볼 때 위반자로서는 일응 노조법 제14조가 정한 서류등의 작성·비치·보존 의무를 어느 정도는 성실히 이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반자가 과태료 부과대상인 노조법 제14조를 위반한 질서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할 만한 상황에 놓여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검사권을 발동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이번 현장조사는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고용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상의 행정조사는 회계 서류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조사와 달리 노조법 제14조에 따라 회계 서류를 비치·보존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제한적으로 확인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율점검 대상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 노조로 한정했고, 자료제출 요구는 서류 비치·보존 의무의 이행여부 확인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최소한으로 제한해 노조의 자주성 침해 우려를 최소화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회계 서류의 비치·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소명할 수 있도록 수차례에 걸쳐 기회와 대안을 부여했다"며 "그럼에도 이를 거부하거나 소명하지 못한 노조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현장조사의 대상과 방법을 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최종 판단이 아닌 약식재판 결정"이라며 "정부는 향후 정식재판 과정에서 관련 법리와 사실 관계를 소상히 설명해 행정조사의 정당성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총 역시 같은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나 이의를 제기해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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