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그래서 보수 혁신은요?

황정미 2024. 6. 1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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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이재명 위한’ 민주당에
사법리스크 쟁점화로 맞서는 與
어떻게 쪼그라든 지지층 넓히고
미래세대 선점할 혁신 할지 답해야

지금 여의도 세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심으로 돌고 있다. 4·10 총선 이후 한쪽은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정당을 착착 만들어가고 다른 쪽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이 그러는 이유는 자명하다. 0.73%포인트 차이로 놓친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려면 그의 앞에 놓인 크고 작은 장애물을 걷어내야 한다. 이미 이재명 사람들로 채워진 민주당은 거칠 게 없다. 그럴수록 이재명 비호감도가 올라간다는 지적에는 “대안이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돌아갈 다리를 불태운 격이다.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으로 입법부를 장악한 거야(巨野)에 휘둘리고 있다. 제동을 걸 숫자가 안 되니 막을 뾰족수가 없다는 푸념이 넘친다. 그 답답함은 알겠는데 4·10 총선 이후 국민의힘 움직임을 보면 상황에 맞설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세 차례 연거푸 총선에서 지고 그중 두 번이나 참패한 정당이 맞나 싶다. 2020년 21대 총선 패배 때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가 출범해 당명과 정강·정책 등을 바꾸기라도 했다. 덕분에 30대 당 대표가 등장했다.
황정미 편집인
총선 끝난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총선 백서는 감감무소식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책임론을 놓고 왈가왈부하더니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7월 전대 이후로 미룬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혁의 시작은 진솔한 반성에서 시작된다.” 4년 전 김종인 위원장 말이다. ‘진솔한 반성’을 담아야 할 백서조차 내놓지 못하니 개혁은 기대 난망이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다”던 한 전 위원장은 차기 당 대표 경선에 나설 태세다.

한 전 위원장이 촉발한 헌법 84조 논란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극적으로 부각시키긴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대북송금 사건 유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가 더 커진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기 전 기소돼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은 중단될 수 없고 (대통령이)실형을 선고받으면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법적 판단을 보탤 소양은 없지만 이런 의문은 든다.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사법부 판결로 무효화할 수 있나.” “가뜩이나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나라에서 이 대표를 뽑은 유권자들이 가만있을까.” 물론 이런 초유의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법부가 이 대표 관련 사건 최종심을 서두르라는 압박은 가능하겠다. ‘전과자 대통령’ 논란이나 국민 분열이 없도록 법원 시간표가 지금보다 빨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사법의 영역이다.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 지도자들이 정치 영역에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이재명 사법리스크’ 쟁점화로 면피하는 건 무책임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저자 조지 레이코프의 말처럼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라’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 머릿속에는 ‘코끼리’가 떠오르는 법이다. ‘이재명 대통령’ 프레임이 여당에 득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조국혁신당이 선전한 건 유권자들이 이재명·조국 사법리스크를 용납해서가 아니라 윤석열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욕구가 더 강했던 탓이다.

특검 정국에 용산 리스크는 커지는데 여당 인사들은 가위눌린 듯 조용하다. 영남·고연령·고소득층으로 쪼그라든 보수 정당의 지형을 넓히려는 치열한 혁신 논쟁도 들리지 않는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 10여년째 재집권 전략을 짜듯이 민생 현장을 파고드는 전략도 안 보인다. 패장인 한 전 위원장은 물론 당권에 도전하는 이들은 어떻게 우파를 혁신해 미래 세대를 선점할지 답해야 한다. “이재명과 더 잘 싸운다”는 게 답이라면 지난 총선을 복기해보기 바란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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