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명품백 의혹’ 尹부부 공수처 고발…폭로기자 “디올백·샤넬 화장품 돌려 달라”

이동준 2024. 6. 1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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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권익위원장도 고발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사마르칸트 국제공항에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부인 지로아트 미르지요예바 여사의 환송을 받으며 공군 1호기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이른바 ‘명품 가방 수수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또 이 사건을 조사한 뒤 종결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위원장도 고발장에 이름을 올렸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17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형법상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세행은 또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별도의 서면·대면조사 없이 종결 처분한 유 위원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한메 사세행 대표는 이날 오전 고발장 제출 직후 취재진을 만나 “김 여사가 명시적 혹은 묵시적 청탁 대가로서 명품백, 샤넬 화장품세트 등을 수수하고 돌려주지 않았음에도 윤 대통령은 묵인 방조했다”며 “청탁금지법에 따른 신고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유 위원장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에 면죄부를 줄 목적으로 부패 방지 업무 총괄이라는 직무를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장기간 해태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가방을 받은 것에 대해 가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받은 것은 대통령 직무와 연관성이 없기에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고, 설사 직무 연관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가족이 외국인에게 받은 선물이라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세웠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는 대통령 배우자인데 대통령 인냥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며 “공무원 사칭죄 또는 대통령 사칭죄라고 하는 죄명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는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해 “디올백과 샤넬 화장품은 다 제 돈으로 제가 샀다”며 “이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9시 47분쯤 소환 조사를 위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한 이 기자는 “디올백을 대통령기록물로 보존한다니 제가 다 부끄럽고 싫다”며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서울의소리 이 기자는 해당 영상을 건네받아 최초로 폭로했다. 최 목사, 이 기자와 함께 고발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경찰 소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자는 지난 2월 한 보수 단체로부터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는 호위무사 뒤에서 침묵하지 말고 명품백 받은 거에 대한 입장을 밝혀 국민 의혹을 해소해달라”며 “스스로 처벌받겠다고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도 6시간 30분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최 목사는 경찰 조사 전 기자들과 만나 “언더커버(위장) 취재 차원에서 김 여사와 관계를 유지하고 청탁 목적으로 선물을 건넨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며 “그것으로 받을 처벌이 있다면 얼마든 받겠는데 김 여사도 저처럼 포토 라인에 서서 정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목사는 2022년 9월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에서 김 여사에게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건네면서 손목시계에 내장된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권익위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윤석열 대통령의 미신고 의혹 신고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내에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을 뿐더러,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은 행위 자체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기에 윤 대통령의 신고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청탁금지법 8조 4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최재영 목사는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포함한 선물을 제공하며 각종 청탁을 했고, 이후 대통령실 직원과의 통화도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권익위 전 고위 관계자들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회피를 한 경우가 있다면서 이번에 정무직 위원들이 회피하지 않은 것은 법령을 위반했거나 공정하지 못한 처사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며 “이전 사례는 본인 의사에 따라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판단한 건데, 이런저런 연으로 회피하지 않았다고 비난받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전원위 참석 위원에게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사정도 없고, 위원 자신도 공정한 심의와 의결을 할 수 있다는 자유의사 결정에 따라 심의에 참여한 것일 뿐”이라며 전원위 회의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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