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관계 동맹 수준 격상 가능성… 새 군사조약 전망도
소련 해체 이후 폐기된 동맹 조항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부활 우려
전문가 “보여주기 쇼 회담 주목적
군사동맹 양국 부담 커 시기상조”
북·러 차관급 이상 교류 2024년 18차례
北 푸틴 의전·밀착 과시 상당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이후 첫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8일 방북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달라진 북·러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양국 최고 지도자간 회담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약 9개월 만에 또다시 성사됐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1960년대 동맹 관계에 준하는 군사, 경제를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양국 간 관계에 대한 재조정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새로운 군사조약 체결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달라진 양국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1990년 소련과 한국이 수교하고 소련 해체 등을 거치며 1996년 최종 폐기됐다. 조·소 동맹의 공백은 2000년 푸틴 대통령 방북으로 메워졌다. 2000년 7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는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지만, 자동개입 조항은 없었다.
지난해부터 북·러 밀착이 심상치 않게 진전되면서 1960년대 자동개입 조항을 포함한 동맹 수준으로 다시 양국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성 소통을 했다”는 내용도 이 같은 관측과 무관하지 않다.
대다수 전문가는 북·러 관계의 전략적 강화가 1960년대 이전 수준을 방불케 하는 정도로 강화된다는 관측이면서도 ‘자동개입 조항 부활이나 그에 준하는 군사조약 발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과 고도의 군사협력을 맺기는 부담이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실제 조약 체결 가능성은) 예측하기 상당히 힘든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중국도 있고 하니까 러시아도 자동 군사개입 조약을 맺기에는 상당히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동개입 조항을 포함한 조·소 동맹 수준의 약속을 당장 내놓는다면 우크라 전쟁에 북한군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까지 전개된다는 의미”라며 “러시아가 한·러 관계를 의식하는 발언을 하고 있고, 북한도 동맹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행위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우선하지 동맹을 맺을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러 관계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 회담 목적의 보여주기식 행사로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민영 TBS는 한반도 정세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러가 군사협력 수준을 동맹 수준으로 격상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러시아는 중국이나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조약체결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의전이나 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성과 과시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친선의 해’를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냉기류가 감지되는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의전 수준에 더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4차례 방문한 당 중앙간부학교를 동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당 간부를 육성하는 이 학교는 최근 교실에 김정은 초상화를 걸고 건물 밖에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내걸어 김정은 우상화와 사회주의 종주국과의 연대 강화 상징 등으로 해석이 분분했다. 한 전문가는 “실 내용은 없으면서 러시아와 사상적 역사적 유대를 보여주기 딱 좋은 장소”라고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북한과 러시아가 공개한 차관급 이상 고위급 교류(회담, 국제회의 ,담화)는 1월 최선희 외무상의 방러부터 지난 11일 리성철 사회안전성 부상의 방러까지 총 18차례로 집계됐다. 외교 수장인 최 외무상뿐 아니라 정보산업성, 농업과학원, 수산성, 보건성, 교육성,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다양한 정부조직에 걸쳐 일인자 또는 이인자가 러시아를 찾았다. 러시아 고위급으로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대외정보국장,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안드레이 말리셰프 문화부 차관이 지난 3월 방북했다.
김예진·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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