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섬 도착한 난민, 해안경비대가 바다로 밀어내 3년간 최소 40여명 사망”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지난 3년간 지중해를 통해 그리스 섬에 도착한 난민 수십명을 다시 바다로 밀어내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이 중 최소 9명은 보트나 구명조끼 없이 그대로 바다에 내던졌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BBC가 생존자와 목격자 증언, 관련 자료 및 현장 영상 등을 토대로 17일 보도했다.
아프리카·중동 출신 난민들이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인 그리스는 지중해를 통해 유입되는 이주민이 급증하자 해상에서 표류하는 난민선을 발견하면 자국 영해 밖으로 이를 견인하는 ‘난민 밀어내기’를 해 수년간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당국은 이를 부인해왔다. 망명 신청자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강제송환하는 것은 국제법상 불법이다.
BBC는 2020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3년간 그리스 해안경비대가 최소 15차례 ‘난민 밀어내기’를 해 최소 43명이 바다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5건은 그리스에 상륙한 이주민들을 해안경비대가 직접 바다로 던졌다.
한 카메룬 출신 이주민은 2021년 9월 천신만고 끝에 그리스 사모스섬에 상륙했으나,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남성들에게 체포돼 그리스 해안경비대 보트로 옮겨진 뒤 곧이어 이들에 의해 바다에 내던져졌다고 BBC에 증언했다. 그는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물속에 던져졌고, (보트에 매달리자) 머리 위로 주먹질이 쏟아졌다”면서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에 그대로 던져졌다고 말했다. 그는 해안가까지 수영해서 가까스로 생존했지만, 함께 바다로 던져진 2명은 튀르키예 해안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BBC는 이 생존자가 그리스 당국에 살인 사건을 수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말리아 출신의 또 다른 이주민은 2021년 3월 그리스 키오스섬에 도착하자마자 군인들에게 붙잡혀 해안경비대로 넘겨졌고, 해안경비대가 바다로 배를 몰고 나가 자신의 양손을 뒤로 묶은 채 바다에 빠뜨렸다고 증언했다. 이 남성은 튀르키예 해안경비대에 발견돼 구조됐으나 일행 중 3명은 사망했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사건은 2022년 9월 85명을 태운 난민선의 모터가 그리스 로도스섬 인근에서 고장 나며 발생한 참사다. 이주민들은 인근에 있던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해안경비대는 이들을 구명보트에 태워 튀르키예 해역 쪽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구명보트의 밸브가 제대로 잠기지 않으면서 침몰하기 시작했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해안경비대는 이들을 버리고 가버렸다고 생존자들은 증언했다.
인권단체들은 유럽으로 망명을 원하는 수천명의 난민들이 그리스에서 튀르키예로 강제송환돼 국제법과 유럽연합(EU)법에 명시된 망명 신청권을 거부당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오스트리아의 인권활동가 피야드 뮬라는 지난해 제보를 받고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여성과 아기가 포함된 한 무리의 이주민들이 불법 체포돼 바다에 버려지는 영상을 촬영했다. 이 영상을 확인한 전직 그리스 해안경비대 특수작전 책임자 드미트리 발타코스는 BBC에 “명백한 불법이며, 국제 범죄”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해당 영상에 담긴 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BBC에 밝혔다. 그리스 해양경비대는 ‘난민 밀어내기’를 부인하며 “생명과 기본권을 존중하고 국제적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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