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동남아 쌀’, 해남서 키워 수출
‘장립종’ 생산단지 조성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쌀을 전남에서 대규모로 재배해 수출하는 사업이 본격화됐다. 국내 논에서 ‘수출용 쌀’을 재배하면 쌀 과잉 생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 해남군은 17일 “5월25일부터 시범사업 대상 10㏊에 장립종 벼를 심었다”고 밝혔다.
영농조합에서 자체 경작하는 면적까지 포함하면 해남에서는 올해 26.6㏊에서 장립종 벼를 재배한다.
장립종은 쌀알이 길쭉하고 가늘다. 찰기가 적은 특징이 있는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된다. 국내에서는 쌀알 크기가 작은 대신 찰기가 많은 ‘단립종’을 재배하지만 전 세계 쌀 유통 시장의 90%는 장립종이다.
지난 3월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한국농어촌공사, 옥천농협, 땅끝황토친환경영농조합, CJ제일제당 등 정부와 생산자단체, 기업 등은 해남에 장립종 쌀 수출 전문생산단지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장립종은 단립종 벼보다 더 높은 기온과 일조량이 필요하다. 단립종은 모내기 이후 수확까지 필요한 ‘누적 온도’가 1100~1300도 정도다. 장립종은 누적 온도가 1500도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해남에서도 장립종을 재배할 수 있다. 해남에서는 지난해 이미 3㏊에 장립종 벼를 재배해 쌀 11t을 생산했다. 해남군 농업기술센터는 “전남의 평균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있고 해남은 일조량도 풍부해 장립종 벼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년 20만t의 쌀이 과잉생산되는 상황에서 장립종을 재배해 수출하면 국내 쌀 수급 조절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4년 4월 발행한 ‘해외곡물시장 동향’을 보면 전 세계 쌀 소비량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0년 3억9400만t이었던 쌀 소비량은 2010년 4억4400만t으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4억9900만t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전 세계에서 5억2100만t의 쌀을 소비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2026년까지 400㏊까지 장립종 생산단지를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수출을 통해 세계 쌀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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