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필리핀, 남중국해서 또 충돌… ‘화약고’ 터지나

이우중 2024. 6. 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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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에 필리핀 보급선이 불법 침입해 중국 선박과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해경은 17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필리핀 보급선 1척이 중국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해역에 불법 침입했다"며 "중국 해경은 법에 따라 필리핀 선박에 통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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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필리핀 보급선 불법 침입” 주장
외국 선박 구금 방침 후 처음 발생
필리핀 “사실 호도… 中이 주권 침해”
분쟁 해역에 선박 배치 더 늘리기로
양국 갈등 격화… 군사적 충돌 우려
中 견제 나선 美, 比과 연합훈련도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에 필리핀 보급선이 불법 침입해 중국 선박과 충돌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이 남중국해에 진입하는 외국인과 외국 선박을 일방적으로 구금한다는 방침을 강행한 가운데 처음 발생한 일로,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경은 17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필리핀 보급선 1척이 중국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해역에 불법 침입했다”며 “중국 해경은 법에 따라 필리핀 선박에 통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5시59분(현지시간) 필리핀 선박은 중국의 거듭된 엄정한 경고를 무시하고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을 위반한 채 정상 항행하는 중국 선박에 비전문적 방식으로, 고의로, 위험하게 접근해 충돌 발생을 유발했다”며 “책임은 완전히 필리핀에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해안 경비대와 필리핀 해안 경비대의 충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기만적이고 사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선박 불법 배치와 활동으로 중국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측 모두 양국 충돌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여부나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필리핀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5일부터 남중국해에 진입하는 외국인을 일방적으로 구금한다는 방침을 강행 중인 반면, 필리핀은 이를 무시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방침 발표 이후 로미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필리핀 어민들에게 중국 방침과 관계없이 남중국해 필리핀 EEZ에서 계속 조업하도록 촉구했다. 브라우너 참모총장은 “우리는 그 해역 자원을 활용할 권리를 갖고 있으므로 우리 어민들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며 “(필리핀 정부는) 우리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다양한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해군과 해경은 중국에 맞서 대표적 영유권 분쟁 해역인 스프래틀리 군도 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등지에 선박 배치를 늘리기로 했다. 또 필리핀 북부 루손섬 서해안 잠발레스주의 해군 기지에 스카버러 암초 주변의 중국 선박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기지를 구축 중이라고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뉴스가 전했다.

필리핀이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은 미국이다. 2022년 취임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친중 정책을 폐기하고 친미 노선으로 전환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과의 연합훈련 등을 통해 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기도 한 미국은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중국 국내법 규정이 다른 나라의 EEZ나 공해에 있는 다른 나라 선박에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중국이 규정 시행을 강행할 경우 긴장을 매우 고조시키고 역내 평화와 안보에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중국군은 스프래틀리 군도에 강습상륙함을 처음으로 배치하는 등 해당 해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군 해군 강습상륙함이 14일 수비 암초(중국명 주비자오)에서 목격됐다고 전하며 “애초 중국 섬들과 암초에서 지속해서 도발한 쪽은 필리핀으로, 필리핀은 ‘도둑 잡아라’라고 외치는 도둑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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