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상속세 인하’에 최상목 “개편안, 7월 가봐야” 엇박자

박상영·김세훈 기자 2024. 6. 1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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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은 맞다” 진화 속 패싱 논란엔 “경제 사령탑은 기재부”
대통령실, 또 주무 부처와 조율 없이 정책 발표…혼란 가중
경제장관회의 참석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중 외국인 방한 관광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상속세·종부세 개편 필요성에 대해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올해 세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길지는 검토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날 거론한 상속세·종부세 개편 필요성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다. 정부는 구체적인 세제 개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정책 방향만 제시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세제 개편안) 방향성은 공감하더라도 각각의 과제에 대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급성을 같이 고민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책무”라며 “여론을 조금 더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전날 KBS 인터뷰에서 “종합부동산세는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고, 상속세 최고 세율은 인하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최고 세율을 일단 30% 내외까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실장이 말한 상속세 인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었다. 그는 자녀·배우자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 확대에 ‘30%’라는 구체적인 세 부담 상한선까지 언급했다.

반면, 기재부는 그동안 ‘밸류업 프로그램’ 차원에서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 또는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기업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대통령실과 기재부가 상속세를 두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 패싱론’도 불거지고 있다. 앞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란도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먼저 꺼냈다.

특히, 올해 세법 개정을 앞두고 기재부는 그동안 정부안을 먼저 제시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는 우회적인 방향을 택했다. 그러나 성 실장이 먼저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면서 이 같은 전략은 무색해졌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관료와 합의를 통해 중장기 계획을 설정하는 것에서 여론만 살피는 선거캠프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경제 사령탑은 기재부고, 그 조직의 수장인 나”라면서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잘 보좌하는 역할이고 지금은 내각을 중심으로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세제 개편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사전에 이견을 조율했는지를 묻자 “(정책실장의 발언이) 정부의 기본 방향과 맞다. 다만, 구체적으로 세법 개정안에 담기는지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7월에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규모 세수 결손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잇달아 나오는 감세 정책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올해 국세 수입은 기업 실적 저조로 지난해보다 8조원 넘게 줄었다.

우석훈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걷어야 하는 것을 걷지 않으면 재정 건전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영·김세훈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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