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28세 셋업맨의 조용한 반전…美유학 다녀와야 야구 잘 하나, 선수들이 인정한 ‘캔버라의 땀방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조용한 반전이다.
KIA 타이거즈 우완 셋업맨 전상현(28)은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나도 내년에 드라이브라인에 가고 싶다”라고 했다. 지난 겨울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캠프에서 1개월간 유학한 이의리, 윤영철, 황동하, 정해영, 곽도규가 동료 투수들에게 갖가지 유학 에피소드를 풀어놓았고, 전상현은 내심 그게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전상현은 캔버라와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를 그 누구보다 착실히 소화했다. 2023시즌 후반기에 맹활약했지만, 전반기 원인 모를 밸런스 난조로 ‘2군 재정비’의 시간을 다시 겪고 싶어하지 않는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
야구는 인생과 같아서 역시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 전상현은 최지민과 함께 메인 셋업맨으로 올 시즌을 출발했지만, 또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3~4월 16경기서 2승2패7홀드 평균자책점 5.65, 5월 10경기서 1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6.00에 그쳤다.
불펜투수의 특성상 평균자책점으로 모든 경쟁력을 평가하는 건 어폐가 있다. 그러나 작년 후반기와 같은 안정감이 보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엔 1군에서 실전을 이어가면서 좋은 투구내용을 되찾은 게 고무적이다. 6월 7경기서 4홀드 평균자책점 제로다. 5월 마지막 3경기를 더해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제로. 이 기간 정확히 10이닝을 소화하면서 3안타 1볼넷만 내줬다.
익스텐션이 긴 특유의 장점을 살리면서 스피드 이상의 좋은 구위를 되찾았다는 평가다. 이범호 감독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했다. 전상현이 1~2년 필승조를 하는 투수도 아니고, 자체 조정능력이 있는 투수이니 믿었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15일 수원 KT 위즈전을 앞두고 “투수들의 밸런스가 매일 좋을 순 없다. 이 투수가 안 좋을 때 이 투수를 쓰고, 이 투수가 좋으면 또 이 투수를 바꿔주고. 그렇게 하려고 4~5명의 필승조를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다. 지금 필승조가 30이닝 가깝게 던지면서 맞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7~8화에 붙여도 상관없다”라고 했다.
전상현이 좋지 않던 시기에도 “맞겠지”라는 생각으로 투입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범호 감독은 “’맞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올린 적은 없었다.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올렸다. 맞더라도 다른 투수들이 포진하고 있으니까 괜찮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투수 파트만큼은 정재훈, 이동걸 코치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투수 기용은 전적으로 자신이 결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코치의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자신이 투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치들이 전상현을 믿고 기다렸고, 이범호 감독 역시 힘을 실어줬다.
그렇게 전상현은 다시 최지민과 함께 7~8회를 책임진다. 이런 전상현의 노력을 팬들도, 타 구단 선수들도 아는 모양이다. 전상현은 17일 KBO가 발표한 나눔 올스타 불펜투수 팬 투표 125만4528표로 1위를 차지했다. 111명의 선수들에게도 지지를 받았다. 총점 37.55점으로 여유있게 베스트12에 선정됐다.
지난 겨울 시애틀 유학을 다녀온 황동하, 곽도규, 윤영철, 정해영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이의리가 비록 수술대에 올랐지만, 지난 겨울 시애틀 유학은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전상현도 나름대로 성공적인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시즌의 반환점을 앞두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당당히 올스타 베스트12가 됐다. 유학파만 야구를 잘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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