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 간과한 법원, 최태원 기여분 10배 늘려 ‘노소영 몫’ 산출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 1000원인데 100원으로 잘못 계산”
최 회장 기여도 355배 판단…판결문 35.6배로 ‘부분 수정’
‘기여도 오류 → 공동재산 → 분할 비율’ 논리 재판단 요구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17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해 재판부가 판결문을 수정한 부분은 지주사인 SK(주)의 모태인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 가치 산정에 관한 내용이다.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는 재산분할 금액 산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SK그룹 경영권은 대한텔레콤→SK C&C→SK(주)를 축으로 이어졌고, SK(주)가 재산분할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시점인 1998년을 기준으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성장 기여도를 따졌다.
최 회장 측 주장에 따르면 선대회장은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같은 해 11월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 C&C로 사명을 변경한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2007년 3월(1:20), 2009년 4월(1:2.5) 등 2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이 주식을 취득할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회장 사망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하지만 2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당시 주당 가격인 5만원을 50으로 나누면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주당 가치 100원을 근거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최 회장 기여도가 더 큰 것으로 전제하고 1998년 10월 최 회장과 결혼해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하며 1조3800여억원이라는 재산분할을 판결했다는 것이 최 회장 측 주장이다.
계산 오류를 바로잡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최 회장 측은 판단했다. 1998년 5월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고 보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 산정→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주) 주식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재산분할 비율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상고심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이날 판결경정 결정을 내리고 판결문에서 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에서 35.6배로 수정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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