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 IPO 신청… “사업 확대 승부수”

인도법인 상장 절차 돌입
지분 17.5% 공개 매각… 최고 4조원 조달
인도 IPO 사상 최대 규모… 연내 상장 목표
경쟁 업체들보다 유리한 고지 선점할 듯
2025년 현지 100만대 생산체제 구축 예고
정의선 ‘글로벌 수출 허브’ 구상 진일보
호재 업은 현대차, 장중 52주 신고가 ‘터치’
증권가 “18.8% 추가 상승 기대” 낙관도

현대차가 인도에서 사상 최대인 4조원 규모의 현지 증시 상장 절차에 나섰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각축장으로 떠오르는 인도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법인인 현대차인도가 인도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기업공개(IPO) 관련 예비서류(DRHP)를 제출했다고 17일 공시했다.

현대차는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 또는 사전 수요 예측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며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 시장 분석을 거쳐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15일 SEBI에 모회사인 현대차가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주 중 전체 지분의 17.5%인 최대 1억4200만주를 매각할 계획을 담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IPO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기존에 현대차가 갖고 있던 지분 일부를 시장에 판매하는 ‘공개 매각’ 방식이다.

이번 IPO를 통해 현대차가 조달할 자금은 최대 30억달러(약 4조1670억원)로, 인도 IPO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최대 IPO는 2022년 인도 생명보험공사의 상장이다. 당시 조달액은 약 25억달러(약 3조4725억원)였다.

이번 현지 증시 상장을 통해 현대차 인도법인이 모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되면 현지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인도는 지난해 기준 세계 5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이다. 특히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30%로 확대하는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잇따라 진출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 기지이자 차세대 전략 시장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1996년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성장을 이어왔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인도 점유율은 각각 14.6%, 6.2%로 2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 인도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고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정 회장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의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현대차는 현지 생산능력을 확충해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 전략을 가속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인수한 푸네공장의 설비를 개선해 내년 하반기에 인도에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기아까지 합하면 약 150만대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도 첫 현지 생산 전기차를 선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인도법인 상장 소식에 힘입어 전날 대비 3.92% 오른 27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에는 28만5000원(전날 대비 6.34% 상승)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증권가는 현대차 주가가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인도법인의 시가총액은 171억달러(23조7000억원)로 추산된다”며 “(국내) 현대차 주가도 현재 주가 대비 18.8%(약 10조5000억원)의 추가 상승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백소용·안승진 기자